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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산책 그림이야기20

심우장의 주인공들 심우장(尋牛莊), 때는 1937년 3월. 아직 잔설에 서늘하다. 그림 속에 세 명의 주인공이 한자리에 만났다. 북정마을의 심우장 언덕 위로 성벽이 보인다. 한양도성 북악산 동북자락 성곽이다. 일제의 패망을 암시하듯 '돌집' 위의 남녘 하늘에는 핏빛 전운(戰雲)이 감돈다. 세 명의 주인공은 만해 한용운, 일송 김동삼, 시인 조지훈. 만해와 일송은 환갑을 바라보는 초로이며 지훈은 아직 감수성 풍부한 열일곱 청춘이다. 그들이 일송 김동삼의 장례식, 심우장 마당에서 만난다. ♡만해 한용운(韓龍雲, 1879 ~ 1944) 일제 강점기의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이다. 본관은 청주. 호는 만해(萬海)이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만해 한용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만해 선생은 성북동에 자리잡으면서 집을 북향으로 짓게.. 2018. 12. 14.
최순우 옛집, 오수당 뜨락에서 오수당(午睡堂), 낮잠자기 좋은 집! 말만 들어도 위로가 된다. 일 없이 생각 없이 낮잠에 빠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비가 책베개를 하고 팔베개로 높여서 툇마루에 누웠다. 포근한 햇살을 덮고서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이제 그림은 다 그렸다. 제호를 붙이고 낙관만 하면 된다. 그림 속에도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에 빠진 선비를 그렸다. 버드나무는 푸르게 늘어지고 복숭아 꽃 향기는 은은하게 전해진다. 이 그림을 '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라 제호하는 것은 어떨까' 누워 생각에 잠기다 만족해하며 낮잠에 잠겼다. 이 선비는 누굴일까? 나도 그 자리에 누워 낮잠에 빠지고 싶다. 또한 그렇다.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이라! 밖은 시끄러워도 문을 닫아 버리면 여기가 곧 깊은 산골이구나.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2018. 12. 10.
한 여인의 이름ㅡ진향과 자야, 나타샤와 길상화 그냥 근영 그 날 처럼 눈이 푹푹 나릴 때, 시인은 흰 당나귀를 타고 사랑하는 자야를 찾아왔다. 응앙 응앙 울음 소리에 사당 문이 열린다. 이제 오셨구려 참 먼 길 오셨어요. 괜찮아요. 아무 말씀 마셔요. 어서 오셔요. 화촉 밝혀 데운 이 방으로 이렇게 그대 오기 만을 기다렸어요. ㅡ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 2018. 12. 3.
길상사 단풍놀이 한가을이다. 물들어가는 단풍이 꽃보다 더 곱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단풍은 여느 단풍놀이보다 아름답다. 길상사의 금당은 극락전이다. 서방정토 영원세상 극락세계를 주관하시는 아미타불을 모셨기에 아미타전, 무량수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길상사는 본래 사찰이 아니었다. 일제시대에 청암장이라 불리던 별장을 진향이라는 기생이 '대원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술과 고기와 음식을 팔던 고급요정으로 만들었다. 풍류가락이 울려퍼지고 흥청(興淸)이 만청(滿廳)하였다. 그랬던 이곳이 대원각의 주인마님인 김영한이 법정 스님의 를 읽고 그 인연으로 '맑고 향기로운' 부처님의 말씀이 퍼지는 사찰이 되었다. 다른 사찰 전각에는 단청이 칠해져있지만, 이곳 전각에는 단청이 없다. 아무리 치장해도 웃음꽃 전하는 요정의 여인네들보다 더 고.. 2018. 12. 2.
길상사 관음 보살과 법정스님 - 그냥 근영 길상사 가을에는 단풍이 참 곱다. 산책나온 이웃 수녀님 얼굴에 미소꽃이 피었다 뒷짐지고 행지실로 올라가는 법정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건내셨길래, 저리도 평화로울까? 성모님을 닮았다는 관음 보살님은 들으셨겠지.관음보살상을 조각한 천주교인 최종태 화가는 '이 억겁의 시간에 우리 두 손(법정스님과 나)이 잠깐 하나로 만나서 이 형상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억겁의 시간에 우리 두 손이 잠깐 하나로 만나..' 이 말씀 속에서 경외감을 느껴진다. 우주의 나이 137억년, 여기에 우리의 삶 100년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다. '우리 두 손'을 손(手)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으로 읽으면 더더욱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이 우주의 손[客]이 되어 만난 우리의 인연에 감동하고 감사하다. '관.. 2018. 11. 28.
조지훈의 방우산장 성북동 가을 길을 따라 걷는다. '시인의 방ㅡ방우산장'의 의자에 앉아 잠시 시를 읊는다. 그리고 추억을 그린다. "꽃이 지는데 바람을 탓하랴. ...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ㅡ 조지훈의 중에서. 그렇다. 지난 봄에는 꽃이 지더니, 이제는 물들었던 단풍 잎이 진다. 세상사가 그렇다. 다 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랴? 조지훈 시인은 이 곳 성북동에 살면서 박목월, 박두진 등과 함께 청록집을 출간하였다. 이른바 청록파 시인들이다. 조지훈 시인이 살던 그 때 그 집은 지금 없지만 시인을 기념하고자 성북동 142-1번지 가로길에 조지훈 '시인의 방ㅡ방우산장(放牛山莊)' 표지 기념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다. 시인은 자신이 기거했던 곳을 모두 ‘방우산장(放牛山莊)’ 이.. 2018. 11. 25.
성북동 성당 '한국의 바티칸'이라 별명하는 성북동 나들이. 길상사와 짝을 지어 성북동 성당을 찾는 의미는 크다. 성북동 성당은 좀 특별하다. 성전이 지하에 있다. 초기교회 카타콤바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인지 더욱 차분하고 경건하다. 유리 성화도 특별하다. 전통적인 스테인글라스 성화기법이 아니고, 우리의 민화풍으로 우리의 조상들을 그렸다. 얼핏보기에 불경이야기를 그린 듯 하기도 하다. 성모상도 조선의 어머니인 듯.카타쿰바(Catacumba)는 고대 로마인들의 지하 공동묘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웅덩이 옆’이라는 뜻이다. 로마인들은 지하 공동묘지가 로마 성문 밖 언덕과 언덕 사이에 조성했기에 카타쿰바라 불렀다. 로마인들은 카타쿰바를 ‘네크로폴리스’(νεκροs πολιs-죽은 이들의 도시)라 은유적으로 표.. 2018. 11. 25.
성북동 인문학 산책 우리 학교 학부모님들과 성북동 인문학 산책을 다녀왔다. 다녀 온 길, ᆞ나폴레옹 제과점 2층 카페 또는 근처 커피숍 ᆞ위안부 소녀상 (한성대 입구역) ᆞ방우산장 조형물ㅡ조지훈의 '낙화' ᆞ최순우 옛집ㅡ -김홍도의 오수당과 낮잠 단상 ᆞ성북동 성당 - 카타곰바, 스테인글라스 ᆞ길상사ㅡ법정스님과 길상화 - , - 백석과 자야, '나와 나타샤...' ᆞ달동네와 부자동네 ᆞ가톨릭 순교복자 선교회ㅡ피정의 집 ᆞ수연산방 차한잔 - 한국의 모파상, 상허 이태준 ᆞ점심식당 ㅡ 이향 ᆞ심우장ㅡ만해 한용운과 김동삼 ᆞ북정마을ㅡ달동네 ᆞ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학생인솔 인문학산책 게시판한성대 입구역 나폴레옹 제과점에서 어머님들을 만났다. 길 건너 앞에서 소녀상에 추모하고 의미를 새겼다. 길을 따라 걷는다. 조지훈 시인의 .. 2018. 11. 14.
3강ᆞ북악산, 성북동 골목길 산♡고, 고전통통ᆞ인문학 교실 3강ᆞ북악산자락, 성북동 골목길 인문학 위안부, 최순우 옛집, 방우산장, 길상사, 심우장 이야기 모둠활동지ㅡ자유필기 2018.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