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산책 그림이야기28 노시산방에서 수향산방까지 수화 김환기와 향안 변동림이 노시산방 옛 주인이었던 김용준을 배웅하고 있다. 노시산방의 새 주인은 수향산방으로 현판하였다. 늙은 나무의 감은 다 익어가고 날은 차다. ■ 김용준의 노시산방(老枾山房, 기거 1934-1944)1948년 이 출판된 당대에 “시는 정지용, 소설은 이태준, 수필은 김용준”이라는 말을 들을만큼 문사철에 뛰어난 화가, 김용준(近園 金瑢俊· 1904∼1967)이 성북동으로 이사를 한 것은 1934년이었다. 그때만해도 그 곳은 집 뒤로 꿩은 물론 늑대도 가끔 내려올 만큼 산골이다. 하지만 김용준은 '뜰 앞에선 몇 그루의 감나무는 내 어느 친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나무들'이라 할 정도로 늙은 감나무 몇 그루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 집으로 왔다. 한 해전 먼저, 성북동 수연산방에 자리잡은 이태.. 2023. 11. 21. 카타쿰바, 성북동성당의 유리성화 밖에서 보는 성북동 성당은 밝고 따뜻하다. 성전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어둡다. 그 어둠 속에서 눈 앞에 십자가상과 유리성화가 환하게 내방객을 맞이한다. 절로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여느 성당과 다르게 일층이 성가대석이고 양쪽의 계단을 내려가야 성체를 모신 제대와 성전이 있다. 하느님 계신 곳으로 더 높이 오르지 않고 더 낮은 지하로 내려가 있다. 그렇게 어둡다보니 마음은 산만하지 않고 성체와 십자가상,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성체와 십자가상을 중심으로 양쪽의 유리성화에는 한복입은 주인공도 등장하고 우리의 민화풍이라 친근하다. 유리성화들 사이로 예수의 수난(Passion of the Christ), '십자가의 길' 14처가 부조되어 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 2023. 11. 16. 최순우 옛집, 한용진 조각전 같은 길을 걷다 퇴직한 우인들과 성북동 '최순우옛집'을 찾았다. 뒷뜰 오수당 툇마루에 앉아, 낮잠의 단상을 나누고 후원뜰에 놓인 물확에 대한 담소도 즐겼다. 用자 창살의 안채를 들여다보니 안방 마님 같이 앉아있는 둥근 돌덩이가 전시되고 있었다. 후원에 梅心舍 현판된 ㄱ자 안채 안방이 전시장이다. 들어가는 대청 머리위에 현판된 글도 읽고 안방의 한지더미를 받침대 삼아 놓여있는 돌조각들을 보았다. 영겁의 시간을 품었던 돌이 현세의 인연이 닿아 사람 손에서 잘 다듬어지고 마름질되어 있다. 이제 생명을 지닌 돌이 되었다. 그 위로 햇살이 내려앉아 있다. 그 햇살과 나누는 소리가 정겹다.혜곡의 영감 3 ㅡ 한용진 조각전 김홍남 혜곡최순우기념관 관장 '혜곡의 영감'은 혜곡 최순우 (1916~1984)라는 인물이 우.. 2023. 11. 15. 성북동 한중 평화의 소녀상 성북동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은 특별하다. 한국의 소녀 곁에 중국의 소녀가 앉아 있다. 일명 '한중 평화의 소녀상'이다. 예전엔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 뒤에 있었지만 지금은 2번 출구 앞의 성북동 분수광장, 어린이 분수놀이터 뒤로 옮겼다. 이곳으로 옮기길 잘했네 싶다. 자라나는 우리 미래 세대들의 밝은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위로가 된다. 소녀상을 찾아 보기위해 약속시간보다 3, 40분 먼저 여기에 왔다. 조형물 위로 쌓인 먼지와 낙엽을 물티슈로 닦아 주었다. 그때 등 뒤에서 연신 "찰깍 찰깍"하는 카메라 셔트 소리가 들렸다. 허리를 펴서 보니 배낭을 짊어진 아가씨가 소녀상의 모습을 이리저리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중국의 소녀상 뒤로는 그녀가 걸어 온 발자국이 찍혀 있다. .. 2023. 11. 15. 나타샤 곁에 하필 당나귀일까?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백석 시인의 시 제목이다. "하필 당나귀일까? 당나귀의 상징은 무엇일까?" 성북동 길에서 읽는 인문학 강의에서 들은 질문이다. 길상사의 시주 길상화보살님(자야)과 백석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담아 그림을 그려보았다. 그 그림속에 당나귀를 등장시켰다. 시인은 왜 하필 애절하게 나타샤를 그리워하는 사랑의 시 속에 당나귀를 등장시켰을까? 흔하다보니 하찮고 가치없는 것을 여명구폐(驪鳴狗吠), '당나귀 울음과 개 짓는 소리'라 하거늘, 그 흔한 당나귀 울음을 '응앙응앙' 소리 내었을까? 덕분에 귀한 당나귀가 되었지만. 당나귀의 꼬리를 물고 따라가다보니 김홍도의 군선도 중에서 장과로를 보게 되었다. 그림 가운데 흰당나귀를 거꾸로 앉아 가고 있는 신선이 장과로이다. 장과로(張果老)는 흰당나귀를.. 2019. 6. 21. 수연산방 상허 이태준 가옥 법정스님이 사촌동생에게 보내 편지글이다. 이 글만으로도 충분하다. 이태준을 찾아 읽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읽도록 하여라. 이태준씨의 작품은 모두 훌륭한 것들이다.(지금은 북쪽으로 가 계시는 분이다.) 이름 있는 작가의 것을 골라서 읽어야 할 것이다."(1957. 10. 7.) 수연산방은 상허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살면서 많은 문학작품을 집필한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 , , , 등 문학작품 집필에 전념하였다. 그의 수필에는 이 집을 지은 과정과 집터의 내력 등이 쓰여 있다.나의 그림속에는 현판이 넷 있다. 가운데의 수연산방(壽硯山房)은 문방사우를 가까이하는 '문인들이 즐겨찾는 산 속 집'이란 뜻이다. 벼루에 먹을 갈아 휘호하기를 즐기며, 벼루가 다 닳아 구멍이 날 .. 2019. 4. 9. 한ᆞ중 평화의 소녀상 성북동 인문학 산책의 첫걸음은 한ᆞ중 평화의 소녀상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한성대 입구역 6번출구 버스정류장 작은 가로공원에 있다가, 지금은 2번출구 성북분수공원으로 옮겼다. 여느 곳의 평화의 소녀상과는 많이 다르다. 조선의 소녀 옆에 중국의 소녀가 앉아있다. 겨울이 되면 공감하는 이들이 목도리를 둘러주고 모자도 씌어준다. 나는 동상(銅像)이 아니라 그때를 살았던 소녀의 고통을 상상하며 사람으로 그렸다.2015년 한중 합작으로 이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였다. 일본군의 성노예로 함께 고통받고 숨죽이며 서로를 위로하며 견뎌왔던 친구가 여기까지 찾아왔다. 전쟁 속의 광기가 여성의 인권을 어떻게 유린했는가를 후세에 길이 전해지기 바라며 일본 정부의 일제 만행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바이다. ● .. 2018. 12. 23. 법정스님과 어린 왕자. ■ 법정스님과 어린왕자의 대화 "니가 나를 찾아오다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제게 보내신 편지(영혼의 모음, 1971.11)를 이제사 받았어요." "그랬구나. 너를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이제 나도 너와 함께 갈 수 있겠구나." "그래요. 내 친구 여우도 같이 갈거랍니다." "그래, 나도 너와 관계맺게 해준 생떽쥐뻬리 아저씨의 와 내 소중한 을 갖고 가야겠다." 2010년 3월 11일 새벽. 어린 왕자가 길상사 행지실(行持室, 지금의 진영각)을 찾아와 마루에서 법정 스님을 만났다. 어린 왕자가 지구를 떠나 제 별로 돌아 온 이후에도 의자에 앉아 늘 석양을 바라보았지만, 법정 할아버지와 함께 한 이후에는, 더 이상 해가 지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길상사 진영각의 왼.. 2018. 12. 17. 심우장의 주인공들 심우장(尋牛莊), 때는 1937년 3월. 아직 잔설에 서늘하다. 그림 속에 세 명의 주인공이 한자리에 만났다. 북정마을의 심우장 언덕 위로 성벽이 보인다. 한양도성 북악산 동북자락 성곽이다. 일제의 패망을 암시하듯 '돌집' 위의 남녘 하늘에는 핏빛 전운(戰雲)이 감돈다. 세 명의 주인공은 만해 한용운, 일송 김동삼, 시인 조지훈. 만해와 일송은 환갑을 바라보는 초로이며 지훈은 아직 감수성 풍부한 열일곱 청춘이다. 그들이 일송 김동삼의 장례식, 심우장 마당에서 만난다. ♡만해 한용운(韓龍雲, 1879 ~ 1944) 일제 강점기의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이다. 본관은 청주. 호는 만해(萬海)이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만해 한용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만해 선생은 성북동에 자리잡으면서 집을 북향으로 짓게.. 2018. 12. 1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