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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산책 그림이야기

카타쿰바, 성북동성당의 유리성화

by 문촌수기 2023. 11. 16.

밖에서 보는 성북동 성당은 밝고 따뜻하다. 성전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어둡다. 그 어둠 속에서 눈 앞에 십자가상과 유리성화가 환하게 내방객을 맞이한다. 절로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여느 성당과 다르게 일층이 성가대석이고 양쪽의 계단을 내려가야 성체를 모신 제대와 성전이 있다. 하느님 계신 곳으로 더 높이 오르지 않고 더 낮은 지하로 내려가 있다. 그렇게 어둡다보니 마음은 산만하지 않고 성체와 십자가상,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성체와 십자가상을 중심으로 양쪽의 유리성화에는 한복입은 주인공도 등장하고 우리의 민화풍이라 친근하다. 유리성화들 사이로 예수의 수난(Passion of the Christ), '십자가의 길'  14처가 부조되어 있다.

십자가상, 감실, 제대
일층에서 내려보는 성전
우측의 4개성화 ‘부활하신 그리스도’, ‘생명나무인 십자가’, ‘최후의 만찬’, ‘성 김대건 신부’
좌측의 4개성화 ‘예수 성탄’, ‘성모 승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 ‘한국 순교자’
한국의 순교성인들 유리성화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천상의 은총같이 아름답고 성스럽다. 예수를 상징하는 태양 꽃과 같고, 성모를 상징하는 장미창(rose window)과 같다.

천장의 유리성화

지하에 있는 성북동성당 성전은 유럽의 성당 안에 있는 지하묘지(crypt),  '카타쿰바'를 연상시킨다.
유럽의 많은 성당들은 성인의 묘지 위에 지었고, 성당의 지하에 성인들이 묻혀있다. 이곳에 있으면 최후의 심판 때에 '신의 집'이라 여기는 성당에 있으면 천국으로 들리움을 받을 수 있는 구원의 가능성 높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카타쿰바(Catacumba)
고대 로마인들의 지하 공동묘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웅덩이 옆’이라는 뜻이다. 로마인들은 지하 공동묘지를 로마 성문 밖 언덕과 언덕 사이에 조성했기에 카타쿰바라 불렀다. 로마인들은 카타쿰바를 ‘네크로폴리스’(νεκροs πολιs-죽은 이들의 도시)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 죽은 이들의 도시에 숨어들어와 부활 신앙을 고백하고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했다. 최초의 교회 공동체가 이 카타쿰바에서 형성된 것이다.

치메테리움’(cymeterium)
교회가 세워지면서 죽은 이들의 도시는 더는 어둠의 공간이 아니었다. 부활을 기다리는 희망의 안식처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더는 네크로폴리스라 하지 않고 ‘치메테리움’(cymeterium-기다리는 곳, 안식처)이라 불렀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치메테리움 곧 카타쿰바 내부를 구원과 부활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장식하고 이곳이 단순히 박해의 피난처가 아니라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공간임을 고백했다.

성수반에 놓인 손소독제가 낯설다. 성수로 모든 질병을 이겨낼거라 믿었는데...
성전입구 예수상
성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