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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산책 그림이야기

최순우 옛집, 한용진 조각전

by 문촌수기 2023. 11. 15.

같은 길을 걷다 퇴직한 우인들과 성북동 '최순우옛집'을 찾았다. 뒷뜰 오수당 툇마루에 앉아, 낮잠의 단상을 나누고 후원뜰에 놓인 물확에 대한 담소도 즐겼다. 用자 창살의 안채를 들여다보니 안방 마님 같이 앉아있는 둥근 돌덩이가 전시되고 있었다. 후원에 梅心舍 현판된 ㄱ자 안채 안방이 전시장이다.
들어가는 대청 머리위에 현판된 글도 읽고 안방의 한지더미를 받침대 삼아 놓여있는 돌조각들을 보았다. 영겁의 시간을 품었던 돌이 현세의 인연이 닿아 사람 손에서 잘 다듬어지고 마름질되어 있다. 이제 생명을 지닌 돌이 되었다. 그 위로 햇살이 내려앉아 있다. 그 햇살과 나누는 소리가 정겹다.

최순우 옛집과 오수당 그림
오수당 후원

혜곡의 영감 3 ㅡ 한용진 조각전
김홍남 혜곡최순우기념관 관장
'혜곡의 영감'은 혜곡 최순우 (1916~1984)라는 인물이 우리 근대역사, 특히 문화와 예술의 근대사에서 어떤 기폭제가 되었는지, 혜곡의 영감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예술적 창조로 구현되었는지를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또한 최순우 옛집이 왜 문화유산으로 보존되어야 했으며, 물리적 보존차원을 넘어 한 장소의 기억과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해가 갈수록 혜곡의 영향이 얼마나 크고 넓었는가를깨닫게 됩니다. 그는 깊이 있고 아름다운 글뿐만 아니라, 평생 종사한 국립박물관에서, 또 일상 생활 속의 실천을 통해,일제강점기 동안 잃어버린 우리의 것을 되찾고 한국적 미학을 확립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수집가들에게는 고미술 수집의 방향을 제시하여 안목과 수준을 높이고, 예술가들에게는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이고 국제적일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한국의 전통 건축과 석물, 도자기, 공예품 등에 대한 특별한 예찬을 담은 혜곡의 글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심미안을 열어주고 애착심과 자긍심을 높여줍니다.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가들이 우리 역사에 빛나는 별들이 되어 우리 문화와 예술을 풍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혜곡의 영감' 전시를 통해 그의 소울 메이트들을 한 분씩 한 분씩 불러내는 일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9년 김종학 화백, 2022년 송영방 화백, 올해는 한용진 조각가로 이어집니다. 현대 한국의 대표적 조각가 인정현은 한용진의 '다듬돌'시리즈를 한국 전통에 대한 깊은 애착과 그 안에서 우러나는 단순미와 소박미를 작가가 재해석하고 현대조각으로 변형하여 “미니멀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혜곡 영감의 본질이 아닐까 합니다.
한용진은 한국의 돌을 사랑했고, 돌과 돌을 다룬 옛 사람들 사이의 조용한 대화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내 작품은 무엇인가? 이 조각들은 무엇인가? 왜 돌인가? 알 수 없음으로 가득 찬 자연 그리고 그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생명에 대한 감사이다. ... 태초 이래 있어왔던 돌은 말씀의 의미를 알고 있다. 돌은 죽은 것이 아니다. 살아 있으며 숨을 쉬고 느끼면서 인류 역사에 대해 증언한다."

후원에서 유리창으로 들여다 본 안방의 주인, 둥근 다듬돌
오수당 후원
최순우 선생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과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