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스님과 어린왕자의 대화
"니가 나를 찾아오다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제게 보내신 편지(영혼의 모음, 1971.11)를 이제사 받았어요."
"그랬구나. 너를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이제 나도 너와 함께 갈 수 있겠구나."
"그래요. 내 친구 여우도 같이 갈거랍니다."
"그래, 나도 너와 관계맺게 해준 생떽쥐뻬리 아저씨의 <어린 왕자>와 내 소중한 <화엄경>을 갖고 가야겠다."
2010년 3월 11일 새벽.
어린 왕자가 길상사 행지실(行持室, 지금의 진영각)을 찾아와 마루에서 법정 스님을 만났다.
어린 왕자가 지구를 떠나 제 별로 돌아 온 이후에도 의자에 앉아 늘 석양을 바라보았지만, 법정 할아버지와 함께 한 이후에는, 더 이상 해가 지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길상사 진영각의 왼쪽 기둥옆에는 '빠삐용 의자'만이 덩그러이 놓여 있다. 법정스님께서 불일암에 계실 적에 손수 만드신 그 의자인지는 모르지만 그대로 닮았다. 법정스님께선 이 의자에 앉아 인생을 허비하였지를 돌아보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왕자처럼 해지는 광경도 즐겨 보셨다.
나도 이 의자에 앉아 제 인생을 얼마큼 허비하였는지 돌아보고 싶지만, 감히 그 자리에 앉지는 못하고 옆마루에 걸터앉아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을 올려다본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서 들은 비밀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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