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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을 배웠습니다.

by 문촌수기 2024. 6. 25.

산길을 걷다 키작은 꽃을 봅니다.
밤하늘의 별이 내려앉았다가
깜박 조는 바람에 하늘문이 닫혀
승천하지 못했나 봅니다.
바람에 실려 떠돌아 다닐까봐
바위틈에 붙어 반짝이고 있습니다.

바위채송화

요것도 채송화라네요.
산에서 만났으니 산채송화?
아니, 바위 채송화랍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 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이런 동요도 있었건만 요새는 채송화도 봉숭아도 보기 힘드네요. 이렇게 산에서 낯선 채송화를 만나니, 감개무량합니다.

"너도 채송화구나, 고마워"
절로 인사말이 나옵니다.
꽃을 보며 동시를 떠올려 봅니다.
꽃시 속에서 삶의 감사와 겸손과 경건함을 배웠습니다.

꽃을 보려면                                  
   박두순(1950~)
 
 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
 
 그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그 앞에서
 무릎도 꿇어야 한다

 삶의 꽃도
 무릎을 꿇어야 보인다

바위채송화,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