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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천사는 없어.

by 문촌수기 2013. 1. 4.

천사는 없어.

Category: 이런 저런 이야기, Tag: 여가,여가생활
08/22/2009 02:24 pm

계단 밑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자전거에 걸터앉은 남자 친구에게 귓속말을 합니다.
나즈막한 키는 이제 대여섯살.
주변에 아무도 엿들은 사람이 없는데도 행여나 큰비밀이 새어나갈까봐서 두손을 봉곳이 모아 친구의 귀에 넣었습니다.
하긴 좀 떨어진 곳에서 걸어오는 아저씨,내가 있으니....


남자아이가 큰소리 냅따 내지럽니다.

"천사는 없어. 천사는 하늘나라에만 있는 거야..."

그러고선 페달을 밟아 자전거를 타고 휑 내달립니다. 아파트 주차장 빈 공간을 빙글빙글 돌며...

'무슨 귓속말을했을까?' 궁금합니다.

자기 말을 대수롭지 않게 털어버리고 휘휘 자전거 타는 친구가 야속하여서러운 표정을 지은 여자아이는벽에 기대어있습니다. 자전거가 가까이 왔을 때 이번엔 여자아이가 큰목소리로 던져봅니다.

"우리 신발 던지기 놀이 할래?"

다시 자기말에 공감을 얻고 싶기도 하고 정말 심심하기도 한데 대답없는 빈메아리만 자전거를 따라갑니다.

'신발 던지기는 또 무슨 놀이지? 나쁜 자슥, 좀 놀아주지....친구를 외롭게 혼자 세워두고선.
게다가 친구의 비밀스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동이 치고선. 지만 룰루랄라 빙글빙글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왔다리 갔다리 .....'

쓸쓸한 아이가 안돼 끼어들어 말동무라도 되어주고싶지만 이번엔 참았습니다.
이정도의설움이야 흔한 일이고 그러면서 조금씩 자라나겠죠.
귀여운 아이들 장면을 미소에물고 엘리베이터를타고 올라왔습니다.

무슨 귓속말이었을까? 나름대로 그 말을 상상해봅니다.

'OO가 그러는데~~~~ 저그 엄마가 천사래~~~'

아마 그랬었나봅니다. 아님 뭘까?

세상 모든 엄마가 하늘나라에 있지 않고 아이들 곁에 늘 머물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겐 세상 모든 엄마가 영원히 천사이기를 바랍니다.

'천사가 왜없어. 아이야, 세상의 모든 엄마가 천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