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크랩

엉뚱한 생각으로 즐거운 세상 만들기 (2부: 창의성의 재료, 어떻게 키우지?)

by 문촌수기 2015. 4. 12.

엉뚱한 생각으로 즐거운 세상 만들기 (2부: 창의성의 재료, 어떻게 키우지?)

신경호 소장|KIST 기술정책연구소

 

지난 1부에서는 ‘창의성이란 엉뚱한 생각으로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힘이다’, ‘창의성이 주는 선물은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창의성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2부와 3부에서는 창의성 계발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1부에서의 조각 3개는 본문을 읽고 이해하고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충분하였다. 그러나, 2부와 3부에서 소개할 조각들은 읽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딸림조각 하나를 읽을 때마다 방금 읽은 조각에서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정리해 보고 실천에 옮기도록 하자.

조각 4. 창의성의 재료, 기본기를 다지자.(부제: 재능)

재능은 창의성의 재료이며 창의성은 재료를 담는 그릇이다. 그릇에 담겨진 재료의 양이 사회적 가치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사회적 가치가 창의성과 재능의 곱으로 표현될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재능을 계발할 수 있을까?

딸림조각 4-1. 고전읽기

창의성을 사회적 가치라는 결과물로 측정한다 하였으니, 우리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고전은 이에 대한 해답을 줄 뿐 아니라 그러한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캐내는가에 대한 지혜, 그리고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제공한다. 그러한 까닭에 고전을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고리타분하고 낡은 생각을 담은 고전을 읽고 감상하여 익히는 것이 창의성을 키우는데 있어서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결단코 아니다. 고전이라는 것도 창작 당시에는 남다른 관점으로 만들어진 색다른 작품으로서 시대적 갈증을 일거에 해소하였거나, 시대 정신을 반영하여 사람들의 공감을 산 작품이다. 창작 당시에 작가가 어떤 과정으로 파격적인 작품을 만들었는지 혹은 얼마나 강하게 사람들을 감동시켰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고전을 대한다면 여러분은 기본기뿐 아니라 창의성도 함께 다질 수 있게 될 것이다.

1892년 설립된 이래로 40여년간 삼류대학이었던 시카고 대학을 90명 가까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이 재학생들로 하여금 고전을 읽게 한 것이라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1929년 제5대 총장으로 부임한 로버트 허친스 총장이 시행한 소위 ‘시카고 플랜’은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라는 고전 독서 교육이다. 고전 읽기를 통하여 가치관, 인생관, 우주관을 확립하고 나면, 변화무쌍한 당신의 창의성을 조화로운 사회적 가치로 담아낼 수 있는 틀이 생길 것이다.

딸림조각 4-2. 제대로 알기

많이 아는 것보다 올바르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 때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릇된 정보라는 구멍으로 물이 새어 둑방이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하자.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사실이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며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책이나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우리는 모두 사실일 뿐 아니라 진실된 것이라고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중매체도 사람이 만들고 전하는 것이어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예상보다 많을 뿐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면서도 진실을 왜곡시키는 경우도 없지 않다.

글쓴이가 최근 대형문고에 들러 23개의 출판사에서 출간한 ‘어린 왕자(생텍쥐페리)’를 모아 슬픔에 잠긴 어린 왕자가 석양을 본 횟수를 확인하여 보았다. 23권중 무려 11권이 마흔세 번이라고 잘못 적혀있었다. 심지어 영문과 국문을 함께 실은 책 3권 중 하나는 영문으로 ‘forty-four times’라고 적어놓고 국문으로는 ‘마흔세 번’이라고 써 놓았다(아래 그림 참조). 오류를 범한 예이다.img2

다음 쪽 그림은 대중매체가 프레임설정 혹은 편집을 통하여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Original Photo in the middle by AP (March 21, 2003). CNN 방송에서는 미군이 전쟁중임에도 불구하고 포로에게 물을 먹여주는 장면을 선택하여 보여준 반면(오른쪽 사진), 알자지라 방송에서는 미군이 포로를 총기로 위협하고 있는 장면을 선택하여 보여주고 있다(왼쪽 사진).

img3

명확한 오류를 찾아내어 바로잡으면 되는 경우에 비하여,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 하나를 알더라도 철저하고도 제대로 아는 방식으로 재능을 계발한다면 단단하게 기본기를 다질 수 있을 터이다.

딸림조각 4-3. 질문하기

질문하는 곳에 자신이 있다. 대답하는 곳에는 자신이 없다. 대답하는 동안 자신은 지식과 이론이 통과하는 길목 혹은 간이역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우리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수없이 많은 시험을 보아왔다. 시험문제는 주어져 있었으며 그 문제에 답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정답이 없는 문제는 잘못 낸 문제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사회에 발을 디디면 상황은 사뭇 다르게 바뀐다. 앞으로 다가올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거니와 그 문제에 해답이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규정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힘은 스스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지식 혹은 재능을 쌓을 때 비로소 길러진다. 더 이상 의심하거나 질문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인정하여 받아들이되 조금이라도 의심할 여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철저하게 질문하자.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아는 것과 함께 질문을 통하여 역량을 기르게 되면 창의성을 담는 재능의 그릇은 더욱 크고 단단해 질 터이다. 좋은 질문엔 해답도 함께 있다.

딸림조각 4-4. 훔치기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피카소가 한 말이라며 스티브 잡스가 즐겨 인용했던 문구이다. 물론 여기서 ‘훔친다’라는 것은 남의 것, 기존의 것에서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것을 찾으라는 뜻이다. 실제로 잡스는 일본의 전기밥솥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애플 노트북의 전원 어댑터인 ‘맥세이프’를 만들었다.

창의성을 담기 위하여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겠으나, 다른 사람의 재능을 함께 활용하면 더 크고 더 단단한 그릇을 만들 수 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 창제를 위하여 집현전이라는 집단지성을 활용하였던 점을 되짚어 보자. 비록 설화이기는 하지만 십이간지의 유래에서도 남의 재능을 활용한 예가 있다. 밤낮없이 끈기 있게 달린 소의 꼬리에 붙어 있다가 결승점에서 날쌔게 뛰어내려 소보다 한 발 앞서 도착한 쥐가 그러하다.

 

 

신경호 한국과학기술원 기술정책연구소 소장 프로필
신경호 소장 (KIST 기술정책연구소)
2014.01 ~ 현재 : 대한금속.재료학회 부회장
2009.01 ~ 현재 : AUMS(Asian Union of Magnetics Society) 한국대표
2008.01 ~ 현재 : 한국공학한림원(국제협력위원회 위원)
2004.03 ~ 현재 : UST 교수
1993.03 ~ 현재 : KIST 소장/본부장(책임연구원)
1992.08 : University of Pennsylvania 박사
1989.05 ~ 1992.12 : Knogo Inc. 선임연구원
1983.02 : KAIST 석사
1981.03 ~ 1987.08 : LS전선([구]금성전선) 주임연구원

1981.02 : 서울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