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뜻대로 세상살이가 어려운 이를 위해

씩씩하고 열정이 있으신 박선생님은 어느 여선생님 답지않게(?) 당당하십니다. 목소리도 크고 활기찬 모습은 남자로 태어났으면 우두머리가 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에게 무척 속이 상하셨나 봅니다.
수업을 들어가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교무실로 들어오시면서 "이런 놈들 처음 본다. 히야-! 내가 이런 놈들을 가르치려고 이 고생인가?" 하시면서 연신 흥분되어 크게 소리치십니다. "아니 이놈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는데도 떠들고, 조용 하라고 해도 떠들고,.... 이런 놈들을 내가 왜 가르쳐. 아니 어떻게 가르쳐?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시(詩)를 가르쳐? 무슨 감흥이 나와야지. '나보기가 역겨워... 야 이놈들 조용 못해. 가실 때에는.... 엎드려 자는 놈 똑바로 앉아.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이게 무슨 시야?"

박선생님을 위로할 얘기도 없고, 그저 웃으며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봅니다. 조금있으니 반장이 교무실로 들어와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립니다. 그래도 화가 덜 풀리신 선생님은 "떠든 놈들 다 오라고 해." 조금 있으니 몇 명의 남학생들이 히죽 히죽 웃으며 겸연쩍게 개구지게 교무실로 들어옵니다. 주위 선생님들이 거들며 야단치십니다.
그런 박선생님 기분이야 어디 한 두 번이겠습니까? 모두 다 겪는 일입니다. 내가 좀 더 젊었을 때에는 더욱 흥분하였고 그 때마다 위로하기를 '주여,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내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며 기도했던 스승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오죽했더라면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도 그러했겠습니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어디 한 두 번입니까?

[보왕삼매경론]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은 삶의 어려움으로 곤란을 겪는 이들, 공부에 장애를 겪는 이들, 그리고 제 뜻대로 세상살이 살기 어려운 이들을 위로해주는 정말 좋은 글입니다. 지금 이 글을 박선생님께 드리면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련지 모르겠네요. 내일 드릴까 합니다.

박선생님께 [보왕삼매경론]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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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병으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 수행하는 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誓願)이 굳게 되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모든 마군(魔軍)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네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원림(園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果報)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 억울함을 당해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본분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2000년 10월 5일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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