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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커피

by 문촌수기 2022. 4. 12.

Vincent van Gogh,
Woman Grinding Coffee, 1881
Still Life with Coffee MillI, Pipe Case and Jug, 1884.

"사람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잘 먹어야 하고, 좋은 집에서 지내야 하고, 가끔씩 도망도 치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평화롭게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

고난한 삶을 살았던 반 고흐도 커피에 대한 집착은 베토벤 못지 않았다 한다. 반 고흐는 닷새 동안 딱딱한 빵과 커피 23잔만으로도 연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고집했던 커피가 예멘 모카 마타리(Yemen Mocha Mattari)이라는 설이 있다. 그 당시에는 유럽에서 인도산 짝퉁 싸구려 예멘모카 마타리가 유행했다고도 한다. 커피를 가는 여인의 모습과 커피 그라인더가 있는 정물을 그린 것도 반 고흐의 커피에 관한 열정을 보여준다.

동생 테오에게 돈을 좀 부쳐달라며 보낸 편지를 읽어본다.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내가 돈을 받을 때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무엇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비록 그동안 밥을 못 먹고 있었지만,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그림을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이 손에 들어오는 즉시 모델을 구하러 나가서는 돈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작업한다.
계속 그림을 그리려면, 이곳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에서 약간의 빵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꼭 필요하다. 형편이 허락한다면, 야식으로 찻집에서 두 잔째의 커피를 마시고 약간의 빵을 먹거나 가방에 넣어둔 호밀 흑빵을 먹어도 좋겠지. 그러나 모델이 떠나버리고 혼자 남게 되면 갑자기 나약한 감정이 나를 덮치곤 한다."

ㅡ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편짓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고흐에게서 커피는, 아침 식사로 빵을 먹을 때 마신 음료 정도로 여기면 될 것 같다. 고흐는 커피 매니아가 아니라, 독한 술과 담배를 좋아했고 취하여 몽롱한 상태에서 시름을 잊어 버리길 더 좋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