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ㅡ베토벤과 커피

by 문촌수기 2022. 4. 12.
갓 구워낸 막걸리 빵,사과 세조각, 커피 한잔 나의 아침식사

사과 서너조각, 샐러드와 수프 그리고 갓 구워 낸 빵 한 두 개에, 때론 삶은 감자과 계란으로 으깨 반죽한 스프레드를 바르고, 여기에 곁들인 내 손으로 내린 커피 머그 한잔 마시기. 나의 아침 식사이다. 먼저 배불린 고양이는 창문에 붙인 해먹 위에서 잠들어 있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어느 호텔 바도 부럽지 않다. 향기는 사라졌지만 한달째 시들지 않은 말라 버린 프레지어는 제 색깔을 피우고 있다. 오늘따라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 흘러나와 식사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
'프레지어, 봄, 커피, 베토벤...'
https://youtu.be/dziDUpR1TeA


아침 식사가 끝나고 행복한 감흥을 이어가며 나의 커피 빈(콩)을 세어본다. 나의 커피 머그 한잔에 들어가는 커피 콩은 몇 알일까? 다섯, 열, 열 다섯......백.
참 심심한 놀이지만, 내 감흥은 베토벤에게로 다가갔다.
베토벤은 커피로 하루를 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손수 60개의 커피콩을 일일이 헤아리고 갈아서 내린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60개의 영감을 얻었다니!

"나는 아침 식사에 나의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나의 벗인 커피를 빼놓고서는 어떠한 것도 좋을 수가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가지의 영감을 준다."

베토벤의 말이다. 그는 커피를 '나의 벗'이라며 사랑했다. 볶은 커피콩 60알을 일일이 세며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행여 잘못 세었을까 싶어 다시 세었다는데 그 이유가 뭘까?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탓이기도 하고, 당시엔 고가였던 커피를 아끼고자 한 까닭도 되겠다.

베토벤이 커피를 즐길 당시인 18~19세기에는 커피가 그리 대중적인 음료가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약 39번이나 이사를 다녔을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베토벤에게 커피는 매우 고가의 음료였다. 원두 60알은 약 10g 정도로 이는 에스프레소 1잔의 양에 해당한다.

"방 안이 온통 악보와 옷으로 어질러져 있으나, 테이블에는 악보 용지 한 장과 끓는 커피가 있었다."

'마탄의 사수'를 작곡한 베버는 베토벤의 집에 방문했을 때의 장면을 이렇게 말했다. 베토벤 곁에는 항상 커피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커피콩 몇 알로, 아침을 열고 영감을 얻을까? 새삼 나도 세어본다. 2스푼에 14g, 102알이었다. 베토벤보다 훨씬 풍요로운 아침이다.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 백 개의 영감을 얻을 수 있으려나? 하하하. 십 분의 일이라도 그런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백개의 커피콩으로 백개의 영감을 얻으려나? '그냥헤세'를 써보았다. Hobo기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물처럼 해처럼, 그냥헤세' 그림글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