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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가을 햇살에 다구를 씻으며...

by 문촌수기 2013. 1. 6.

가을 햇살에 다구를 씻으며...

09/05/2011 10:14 am

 

오랜 만의 여유이다.
아침 차 한잔 마시니 베란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더욱 맑다.
아내가 권한다.
오늘 햇살도 좋은 것 같은데 다구(茶具)들 정리하면 어떨까?
그거 좋은 생각이다 싶다.

차 마시기는 좋아하면서 차를 우리는 차호하며 찻잔, 차판을 더럽게 할 수는 없지.
지난 여름 습한 기운을 씻어내고
맑은 바람, 밝은 햇살을 쐬이자. 이제 부터 차 마시는 맛이 더해 가겠다 싶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맑은 물에 맨손으로 씻어 베란다 창 가까이에 늘여 놓았다.

낮이 되면 햇살 가득 머금은 차호가 되겠다. 행여 화상을 입을까 해서 버티컬로 살짝 가려보기도 하면서.....

완물상지(玩物喪志)라 했던가.
내게 무슨 큰 뜻이 있기에, 차호와 찻잔에내 뜻이 상하랴?
나의 본심이 또 뭐길래, 이 물건 가지고 논다고 그 본심을 잃어버리랴?
오히려 나의 본심이 고요해지고 맑아지니
차와 차호가 주는 더 큰 이득이고 삶의 즐거움이다.
맑은 가을 한나절의 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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