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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가을의 소리

by 문촌수기 2013. 1. 6.

가을의 소리

08/20/2011 07:08 pm

 

이게 무슨 소리인가? 풀벌레 소리 아닌가?!

“찌르륵 찌르륵”

놀랍고 반가우면서 잠시 딴 세상, 땅에 내려 와있는 듯하다.

분명 여기는 아파트 16층이지 않는가? 그런데 어떻게?

비에 젖어 피곤한 심신을 초저녁에 누였더니, 깊어가는 밤에 깨어 풀벌레 소릴 듣는다.

 

‘아파트 16층인데, 어디에서 이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걸까?’

 

귀를 후비고, 머리를 흔들어 보며, 뺨을 때려 보지만,
실없는 의심이다.

구양수가 말했던가?

 

"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구나. 어찌하여 들려 오는 것인가?“

실없는 슬픔이다.

나의 의심이나 구양수의 슬픔이나 다 실없는 짓거리다.

그저 이건 분명 풀벌레 소리이고 정겹기 그지 없다.

찌륵, 찌르륵. 찌륵 찌르륵

아내를 깨워볼까? 혼자 들으니 아까웁다.

내일은 날이 맑으려나? 하늘이 열리려나?

분명, 가을은 잠자리 곁에 다가와 있다. 누가 뭐래도 세월은 흐른다.

천지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만물은 근본으로 돌아간다.

기나긴 여름 비가 하늘을 가리고, 가을 길을 막았어도

결국 하늘은 열리고 가을은 돌아온다.

바람과 같이, 소리와 함께.

더하여, 시가 생각난다.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

- 정철의 추일작(秋日作) : 가을에 짓다.

산 속 밤 비, 대 잎을 울리고,

가을 풀벌레, 잠자리 곁에 들리누나.

흐르는 세월, 어찌 머무르게 하랴!

백발, 자라남을 막지도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