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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조두왕 불비(鳥頭王不比)

by 문촌수기 2014. 12. 27.
<새는 좌우로 날개로 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의 이치요 만고의 진리입니다.

아름다운 숲속 나라에 '불비'라는 이름을 가진 뚱뚱한 새 한마리가 사제의 망또를 벗고 왕이 되었답니다. 그가 사제였기에 하느님을 섬기고 사랑과 평화가 있기를 뭇 생명들은 고대했답니다.

하지만 그는 큰 왕관을 머리에 쓰고서는 '몸이 무거워 날 수 없다'며, 자신의 한쪽 날개의 깃털을 뽑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안된다며 말리니, 이젠 화를 버럭내며 그 한쪽 날개마저도 꺾고 있습니다. 불비왕은 점점 미쳐가고 있습니다. 한쪽 귀를 막고, 한쪽 눈을 가리며, 궁녀들과 해적놀이를 즐깁니다. 충언을 하는 신하들은 내치고, 비뚤어진 간신배들만이 불비왕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한쪽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보려 애를 씁니다. 제 뜻대로 되지않으니 점점 폭군이 되어갑니다. 이제 제 대가리로만 날고자 애를 씁니다. 그래도 무거운 왕관을 벗지않습니다. 자애로운 사제의 모습은 어디가고 없습니다. 충신들의 입을 가로막아버리고 백성들에게 눈을 감았으니, 하느님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간신배들이 전하는 숲속나라 거짓 이야기만 보고들으며 그걸 민주와 자율이라며 돈들여 크게 자랑합니다.

이 새가 제 이름을 '불비왕(不比王)'이라 한 까닭은ㅡ'비할 데 없다'는 뜻이랍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유아독존이고 안하무인이죠. 하지만 '결코 날 수 없는, 날지 못하는' ㅡ 불비(不飛)가 되고 말았답니다.
새 대가리로는 결코 날수 없다는 것을 그 만이 모르고 있나봅니다.
"이보셔요! 새대가리는 결코 날 수 없다구요." 숲속나라 백성들의 외침이 점점 커지는데도 말이죠.

'살림살이가 나쁘다'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며 내쫓고, 한쪽 눈 가리고 해적질 장난치는 불비는 절대로 날지 못할겁니다. 날아서도 안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