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풍선(和風扇)을 전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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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느 해 여름보다 길고 많이 더울거랍니다. 이럴 때엔 계곡의 물소리[谷水], 시원한 그늘[淸陰]과 선선한 바람[和風] 만큼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좋다고 늘 그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으니,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 아래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도시인들에게는 이상향과도 같습니다. 등을 긁어주는 효자손만큼이나 자재롭게 시원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 손 가까이 휴대하며 그늘에 앉아 부치는 부채 바람이야말로 자연이 만든 것이요. 내가 만들어내는 바람이라 그런대로 자족하며 더위를 달랠 수 있답니다. 예로부터 단오가 가까워지면 우리 조상들은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았답니다. 하여 저도 옛 습속을 쫓아 보잘 것 없지만 우리 선생님들께‘화풍선’을 전합니다.

 

• 우리말 사전에서 ‘화풍(和風)’은 ‘부드럽게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을 말합니다. 순 우리말로는 ‘건들바람’으로 초가을에 불어오는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과 같습니다. 시원한 여름이 되기를 바라는 저의 바람입니다. 
• 행초서로 ‘和’ 일자(一字) 만 쓴 까닭은, ‘風’은 여러분이 일으키란 뜻입니다. 저와 여러분이 합심으로 화풍을 일으키면 세상이 좀 더 상쾌하고 부드러우며 평화로와지겠죠. 화평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 ‘화(和)’ 일자훈의 까닭은?
• ‘화(和)’, 일자 속의 진심 까닭은 그 무엇보다 평화(peace, Pax, salom가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말씀하시기를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요한19:20] 하신 것과 같이, “Peace be with you. ” - “여러분에게 평화 있기를 바랍니다.”


• 화(和)는 다도의 정신이며, 동양의 대표 정신입니다. 차와 물과 시간의 적당한 우림을 통해 만나는 차(茶)는 그 자체가 화(和)입니다. 서양은 창조에서 시작하여 종말로 끝나는 단선적 역사관과 성속, 선악의 이분법적 가치관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동양은 태극 음양에서 보듯이 양의 머리에서 시작하여 양의 꼬리로 끝나지만 그 꼬리는 곧 음의 머리로 만나 다시 시작하는 순환적 역사관과 일원론적 가치관을 가졌습니다. 그 일이이원론적 ‘만남과 어울림’이 바로 화(和)의 정신입니다.

 

• 공자의 화(和) : 군자는 화이부동, 소인은 동이불화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 논어, 자로편)
         “군자는 화평하지만 똑 같지는 않으며, 소인은 똑 같은 짓거리하지만 화평하지 못하다. ”
• 노자의 화(和) : 화기광 동기진(和其光, 同其塵 : 도덕경, 4장, 56장) - 화광동진(和光同塵)
        “(도의 모습은) 그 빛을 온화하게 하여 감추고 티끌들과 함께 한다.”
• 불교의 화(和) : 처염상정(處染常淨) "더러운 곳에 처해도 늘 정결하다."

         : 화이부동과 화광동진의 자세는 더러운 진흙탕에 뿌리를 박고 피어나지만 그 꽃잎은 깨끗함을 잃지 않는 연꽃과 같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의 삶이 이러해야 한다.

 

■ 부채의 상징
• 예로부터 음력으로 5월 5일인 단오가 되면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부채는 염병을 쫓는 부채라는 뜻으로 벽온선(辟瘟扇)이라고 했답니다. 그 뜻은 부채가 바로 벽사(辟邪), 곧 사악함을 내쫓는 기능을 했음을 말해줍니다.
• 부채는 복을 기원드리는 기복(祈福)과 신을 불러오는 초신(招神)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당들이 부채를 들고 굿을 하기도 하죠.
• 부채는 통치권과 지휘권을 상징하며 도의 전수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순(舜)임금은 요(堯)임금에게서 왕위를 물려 받으면서 눈과 귀를 열어 어진 사람을 구해 보필하도록 하는 뜻에서 오명선(五明扇)의 부채를 만들었으며, 제갈공명은 흰 깃털로 만든 백우선(白羽扇)을 들고 삼군을 지휘하였습니다. 보조국사 지눌(知訥)은 제자 혜심(慧諶)을 처음 만났을 때, 들고 있던 부채를 주었답니다.
• 부채는 사랑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동양에서도 그러하지만,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때에는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짐짓 부채를 떨어뜨려 줍게 함으로써 사랑을 표하는 풍습이 있었다 하며, 부채를 입술에 갖다 대면 “기회가 주어지면 당신에게 키스를 허용한다.” 는 뜻이랍니다. 부채끈을 오른손에 걸고 부채를 접은 채 들고 있으면, “나는 연인을 구하는 중입니다.” 라는 뜻이며, 오른손에 부채를 들고 돌리고 있으면 저에게 사랑하는 사람 있으니 그만 추근대라는 뜻이랍니다. 부채로 앞머리를 문지르면 “지금 당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뜻이고, 베일을 살짝 걷고 부채를 오른쪽 뺨에 댄것은 “뭐든지, Yes”라는 뜻이라네요. 왼쪽 뺨에는 “No(앙대용!)”구요. 부채로
얼굴을 가리면 “당신을 정말 싫어합니다.” 라는 뜻이랍니다. 부채로 전하는 사랑의 언어, 재미있죠? 하지만 함부로 따라 할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르느와르 : 부채를 든 여인(1880)


• 부채, 선(扇)은 착할, 선(善)과 음이 같아서 선행을 상징합니다. 중국 한ㆍ당 대에는 착한 사람을 천거한 기념물로 부채를 사용하였답니다.
• 부채의 다양한 용도(8덕) :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쫓고, 방석으로 사용하며, 밥상 구실도 하고, 머리에 이고 다른 물건을 얹어 나를 수 있으며, 햇살을 가리며[遮日], 비를 막으며, 파리나 모기를 쫓고, 얼굴을 가리는 차면(遮面) 구실을 한답니다. - 이상, [한국문화 상징사전]에서

 

 

■ 부채를 선물하는 단오절 풍속

신윤복 : 단오풍정

 

• 음력 5월 5일, 단오가 가까워 옵니다. 단오는 예로부터 설날, 추석, 정월 대보름과 더불어 민족의 큰 명절로써, 일명 천중절(天中節), 수리, 수릿날(戌衣日, 水瀨日), 단양(端陽), 중오절(重午節)이라고도 합니다. 단오의 '단(端)'자는 처음 곧 첫 번째, '오(午)'자는 곧 '오(五)', 다섯을 뜻하는 것으로 단오는 '초닷새'라는 뜻이죠. 참고로 3월 3일(삼짇날)은 중삼절, 9월 9일(중양)은 중구절이라고 합니다.
• 옆의 그림은 단오 풍속을 잘 보여주는 신윤복의 [단오풍정]입니다. 아름다리 차려 입고 그네 타는 아낙네, 머리 빗질하는 아낙네, 창포에 머리감고 멱을 감는 아낙네, 그리고 바위 뒤에 숨어 훔쳐보는 어린 동자스님들이 너무나 정겨운 그림입니다.
• 굴원(屈原)의 전설 - 중국 초나라의 굴원은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증명하기 위해 멱라수에 투신하였는데 그날이 5월 5일이었습니다. 그 뒤 해마다 굴원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단오가 되었다고 합니다. - 저의 홈피 뿌리넷 [poori.net–겨레의 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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