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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by 문촌수기 2015. 5. 7.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ㅡ 조선일보> 2015년 5월 2-3
물론 기업 광고 마케팅 관련 스토리텔링이지만, 우린 고객ㅡ학생, 마케팅ㅡ수업 이렇게 고쳐 읽으면 되잖아요!
스토리텔링의 가치, 좋은 스토리의 조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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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복잡한 설명 대신 "아버지 같은 브랜드입니다" 한마디가 소비자 머리 속에 쏙… 기업 스토리의 힘 - Chosunbiz - 프리미엄 경제 파워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5050101467

 

 

 

페르시아 제국의 한 젊은 왕은 자신의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 때문에 아예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됐다. 그는 분노에 사로잡혀 새 신부를 맞을 때마다 하룻밤을 보내고 처형하기 시작했다. 한데 처형이 이어지는 와중에 세헤라자데라는 여인이 자진해서 왕을 섬기기로 했다. 세헤라자데는 매일 밤 침소에서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왕은 계속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1001일 밤에 걸쳐 계속된다. 1001일 밤이 지나고 왕은 생각을 고쳐먹는다. 왕은 세헤라자데를 정식 아내로 맞이하고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 '아라비안 나이트' 등의 이름으로도 알려진 '천일야화(千一夜話)'의 유명한 이야기다.

이야기(story)는 때때로 사람의 목숨까지 살린다. 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귀를 기울인다. 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명백하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전한다면 소비자들은 귀를 기울일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제대로 된 이야기이며, 어떻게 해야 이를 어필할 수 있을까?

책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를 펴낸 자일스 루리(Lury) 영국 밸류 엔지니어스 대표를 최근 런던에서 만나 '좋은 이야기를 개발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지난해 한국에도 출간된 이 책에는 하이네켄, 맥도날드, 레고, 나이키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에피소드 60여 편이 담겨 있다. 밸류 엔지니어스는 영국의 브랜드 전략 컨설팅 회사로, 루리 대표는 지난 20년간 유니레버, 켈로그, 보다폰, 소니에릭슨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그가 진행한 광고는 영국 자동차대리점협회(IPA)가 수여하는 광고효과상을 두 번 받았고, 영국 내 리서치 분야 최고상인 AMSO 리서치효과상을 받기도 했다.

루리 대표는 검은색 면바지에 겨자색 니트를 입고 기자를 맞았다. 늘 차고 다닌다는 곰돌이 푸 손목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데,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시계라면서 심지어 정장을 차려입을 때도 이 시계를 차고 다닌다고 한다. 푸근한 인상이었고, 좋은 아버지처럼 보였다.

―기업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것은 왜 중요하며,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이야기는 광고보다도 훨씬 강력한 마케팅 요소입니다. 스토리 브랜딩에서 가장 탁월한 회사 중 한 곳이 영국 버진(Virgin) 그룹입니다. 리처드 브랜슨(Branson) 최고경영자(CEO)는 어느 날 휴가를 즐기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가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공항에는 비행기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여기저기 배회하고 있었죠. 이를 본 브랜슨은 2000달러에 비행기 한 대를 전세 낸 후, 이 비용을 승객 수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큰 칠판을 빌려서 이렇게 썼습니다. '버진 항공사, 푸에르토리코행 편도 39달러.' 이것이 버진항공을 시작하게 된 최초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브랜슨은 늘 '정의의 기사(white knight)'를 자처합니다. 불쌍한 소비자들이 악덕 기업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규정하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회사는 버진 그룹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는 새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업계의 나쁜 관행을 지적하고 이를 치료하겠다고 나섰죠. 아주 강력한 브랜딩이자 광고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또한 직원들의 애사심도 북돋울 수도 있어요. 감동적인 이야기를 곱씹으면서 '이런 회사라면 내가 최선을 다해 일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효과적인 브랜딩인 이유는 뇌 과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어떤 이유로 잘한다고 설명하려고 하면, 듣는 사람의 뇌에서는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부분이 반응합니다. 뇌는 그 설명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그러면 '이런 부분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성과 감정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뇌가 더 많이 활성화되고, 비판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예컨대 제가 기업가이고, 제 브랜드를 설명한다고 해 봅시다. 이 브랜드의 신뢰성 점수는 약 70점입니다. 조금 보수적인 이미지인데, 82점 정도 보수적입니다. 그렇지만 고객에게는 친절합니다. 86점 정도 줄 수 있습니다. 혹시 이 브랜드가 무슨 브랜드인지 아시겠습니까?(웃음) 저는 이렇게 설명하는 대신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마치 아버지 같은 브랜드예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고, 그 감정이 브랜드에 옮겨붙습니다. 이게 바로 설명 대신 이야기가 강력한 이유입니다."

 

단편적 이야기에 기업의 핵심 가치를 담아라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가요?

"우수한 이야기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단편적 이야기지만 기업이 생각하는 핵심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실화여야 하며 주인공의 경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셋째, 교훈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어요. 1992년 미국 LA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분노한 사람들은 주변 모든 가게를 때려부수고 불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건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맥도날드 매장이었어요. 몇 달 뒤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당시 폭동에 연루된 여러 사람을 인터뷰한 결과 똑같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 편이에요.' 맥도날드는 농구를 하고 싶은 흑인 청소년들을 위해 농구장을 지어줬고,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떠돌던 흑인 부랑자들에게 매일 아침 수백 잔의 커피를 나눠줬습니다.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Kroc)은 늘 기업이 사회로부터 받은 것의 일부는 다시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것이 가식이 아니라 진짜였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죠.

이 이야기는 단편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전달합니다. 요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의식이 아주 분명합니다만, 1990년대만 해도 그런 개념이 없었죠. 맥도날드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지면서 CSR의 모범 사례가 됐습니다. 물론 실화이며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고,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직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됩니까?

"이야기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미국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의 고객 서비스는 아주 유명합니다. 한 중년 남자가 수레에 자동차 타이어를 실은 채로 백화점에 들어가 가까운 계산대로 갑니다. '제가 이 백화점에서 타이어를 하나 샀는데, 더 이상 필요없을 것 같아서 반품을 하려고요.' 그런데 그 매장은 남녀 의류와 패션 소품을 파는 곳이지 자동차용품을 파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직원은 정중히 물었습니다. '영수증을 가지고 계신가요?' 심지어 이 남자는 영수증도 없었습니다. 직원은 얼마에 구입했느냐고 물었고, 남자는 25달러라고 답했습니다. 점원은 그 자리에서 서랍을 열고 25달러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줬습니다.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존 노드스트롬 창업자는 그 점원에게 '아주 잘했다'고 칭찬했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 백화점은 알래스카주(州)에 있었는데, 노드스트롬 매장이 있던 자리에는 자동차 타이어 전문점이 있었고, 노드스트롬은 이 자리를 인수했거든요. 아마도 그 남자는 옛날 매장에서 타이어를 구입했을 것이고 그래서 당당히 환불을 요청한 겁니다. 노드스트롬의 직원 강령 첫째 규칙은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최선이라고 판단한 일을 하라'는 것인데,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이 이야기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겁니다."

첨가물을 붙이는 순간 모조리 독이 된다

―어떤 기업이든 찾아보면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나올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를 어떻게 가다듬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회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value)가 무엇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맞는 이야기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브랜딩 최고 책임자가 기업의 역사부터 세밀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시련을 겪었는지 살펴봐야 하죠.

그다음은 이야기를 잘라내는 겁니다. 핵심 가치에 맞는 핵심적인 이야기만 남기고 잘라냅니다. 비록 재밌는 이야기라도 길어지는 순간 외면받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좋게 포장하려고 살을 붙이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첨가물이 모조리 독(毒)이 됩니다. 있는 그대로를 최대한 간결하게 담아주세요. 그러면 듣는 사람들이 알아서 살을 붙일 겁니다.

마지막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말하고 다니게 해야 합니다. 나이키에는 사람들에게 나이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 임원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직원들에게 들려주고, 직원들은 그 이야기를 소비자들에게 들려줍니다."

―기업이 만약 부정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다면 이런 이야기에서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문제가 있을 때 억지로 숨기거나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더 비난을 받습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를 어떻게 바꿨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를 확실하게 하세요.

미국 도미노피자는 지난 2009년 위기에 빠졌습니다. 한 가맹점 직원이 코 안에 넣었다 뺀 치즈로 음식을 만드는 역겨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겁니다. 도미노피자는 사태 발생 44시간 만에 CEO가 직접 사과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피자 제조에 관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취지로 '피자 턴어라운드(Pizza Turnaround)' 대책을 발표하고 품질 개선에 착수했습니다. 15가지 소스, 20여 가지 피자 치즈, 50여 종류의 피자 도우 반죽을 새로 개발했죠. 그 결과 위기는 기회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이 회사는 그해 말 오히려 매출이 0.5% 성장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들려줘라, 설명하려 들지 말고

―이야기를 개발할 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절대 설득하려 들면 안 됩니다. 많은 기업이 '우리 회사는 이런 점에서 좋다'를 강조하려고 해요. 이야기에 의도를 담는 순간 이는 더 이상 '이야기'가 아니게 됩니다. 광고 문구가 돼 버리죠. 많은 회사가 좋은 얘깃거리에 억지로 살을 붙이는 바람에, '아, 이 회사가 제품 팔려고 수작을 부리는군'이라는 선입견을 만들고 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홍보 문구 중에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게 있었습니까?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에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한 적이 있었나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기업이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들수록, 소비자는 논리적으로 비판하려고 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브랜드를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과장'입니다. 과장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단점을 찾는 데 혈안이 됩니다. 그리고 단점이 눈에 보이는 순간 브랜드를 욕하고 다시는 그 브랜드 제품을 사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거꾸로 하세요. '약하게' 광고하고, 사람들이 그 장점을 직접 찾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예컨대 홈페이지 같은 곳에 그 이야기를 따로 정리해 올리는 식으로요. 사람들은 '이 브랜드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