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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의 스승’으로 다시 태어난 공자

by 문촌수기 2016. 5. 3.

‘중화의 스승’으로 다시 태어난 공자

논어금독
리쩌허우 지음|임옥균 옮김|북로드|912쪽|3만9000원
[조선일보]

   

 

▲ ‘논어’는 영원히 새롭게 해석되는 동양의 고전이다. 사진은 공자 표준상의 기초가 된 당나라 오도자(吳道子)의 초상화/조선일보 DB

 

중국 지도자들은 국내외 순시나 방문에 ‘논어’나 ‘맹자’를 포함한 유교 경전, 혹은 역사서나 심지어 당시(唐詩)의 구절, 잘 다듬어진 속담·명언·명구를 거침없이 읊어댄다. 세상이 달라진 만큼 ‘비공비림’(批孔批林)과 정반대 방향인 ‘공맹숭앙’(孔孟崇仰)의 대변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리라. 사회주의 이념의 퇴조로 통치 이데올로기의 빈곤에 직면한 중화민족주의 전환기에 공산당의 타도 1호 대상이었던 공자가 ‘중화의 스승’으로 변신하고 있는 시대적 요구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때 마침 우리나라에 ‘이 시대 중국의 지성’ 리쩌허우(李澤厚)의 ‘논어금독(論語今讀)’이 번역됐다. ‘미의 역정’ 등으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그의 저작물은 이 시대 중국을 규정짓는 또 다른 담론이며 고전 재해석의 중심에 서 있다. 천안문 사건의 정신적 지주로 3년의 가택연금을 거쳐 해외로 추방되다시피 하였다가 다시 베이징에 들어와 저술에 매달린 그가 이번에는 ‘논어’를 주목했다.

 왜 또 ‘논어’인가? 이유가 있다. “중국은 인류 역사의 큰 틀을 담당해오면서 어찌 구체적인 종교가 없는가? 현세 하나만이 존재하는 중국인은 신(神)을 설정하지 않은 채 인생의 의의를 찾아야 하는 고통을 어떻게 감내하며 살았는가?” 이러한 자신의 질문에 결국 ‘서양의 죄책감(원죄) 문화’와 일본의 ‘부끄러움의 문화’를 넘어 중국의 ‘실용’과 ‘즐거움의 문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인본주의(人本主義)는 절반의 철학, 절반의 종교로서 유가적 문화만으로도 세계관을 뚜렷이 이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답변한다. 이에 그 정수이며 열린 책인 ‘논어’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며 텍스트로 삼고자 함이라고 했다.

 

 이 책은 원문과 번역을 싣고 역대의 주석은 취사선택하였으며 끝에 자신의 해설을 덧붙였다.

동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해박한 그의 해설 부분이 바로 백미이다. 이를테면 “사시(四時)가 운행되고 만물이 생장하지만 하늘이 무슨 말을 하는가”를 두고 “중국인은 내세나 초월을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만을 믿을 뿐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라 했다. “나는 젊어서 곤궁했기 때문에 여러 기술을 배워 발휘할 수 있었다”라는 구절을 두고 “기예는 학습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며 하늘이 낸 성인과는 무관하다”라 했다.

 

 “자한언리, 여명, 여인(子罕言利, 與命, 與仁)”이라는 문장 대해서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은 “공자는 이익과 명, 인에 대하여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라 해석하지만 그는 “공자는 이익을 드물게 말하였으나 명을 인정하고 인을 인정했다”라 풀이하고 그 이유를 세 쪽이나 되는 분량으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전혀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며 그 주제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맞추어 꿰뚫은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결국은 공자의 어록인 ‘논어’는 공동가치의 실현을 위한 것으로서 그의 교육관에서의 인(仁)과 의(義), 용(勇)과 예(禮)는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의 방법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니 놓치지 말고 지금에 맞게 읽어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공자의 고향인 노(魯)나라 사람들은 공자를 그저 ‘동쪽 집에 사는 그 늙은이’[東家老]라고 불렀다. 공자의 ‘논어’는 그저 이웃집 할아버지가 편하게 일러준 세상사는 가장 편안한 이치다. 고통이 수반되는 학습서로서의 고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중국 사유의 기본서로서 논어를 이 책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임동석·건국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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