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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

아내의 살림법ㅡ생각은 깊을수록 쓸데없다.

by 문촌수기 2017. 6. 6.

아내가 머무는 곳에는 같은 메모지가 붙어 있다.
오래전 딸 아이가 엄마를 위해 식탁 위에 놓고 간 글이다. 이후, 아내는 손 글씨로 써서 화장대에, 부엌에, 냉장고 등 곳곳에 붙여 두었다. 천하의 명언이 어디 따로 있나?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딸래미가 엄마한테 간절히 바라는 바람이었던가 보다. 아내도 스스로 고쳐 나가길 다짐하려 메모지를 곳곳에 붙여 두었나 보다.

"생각은 깊어질수록 쓸데없고,
기억은 되짚을수록 현재를 망칠 뿐이다."

그렇다. 아름다운 추억만 남기고, 어제의 아픈 기억은 지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직 보이지도 않은 내일은 내일에 맡기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화장대 거울앞에.
날 위해 압력밥솥으로 밥하기 메모, 그 위에도
냉장고 문앞에

일명, '냉장고 내비게이션'
알뜰하고 고마운 아내의 살림법이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낫또와 사과와 야채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휴일 아침상은 내가 차렸다. 어제밤 산책길에 들린 동네 작은 몽당빵집(젊은 주인은 몽당이 '사교적인' 뜻의 불어라 한다)에서 얻어 온 빵이 밤새 먹고 싶어서 휴일 이른 아침, 부엌에 들러 커피도 내리고 식탁을 차린다. 내가 아내에게 길들여지고 있다.
뭐, 행복이 별 거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