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공원과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길 아닌 길'도 금새 생긴다.
입주민들이 편리에 의해 잔디밭을 가로 질러 다니다 보니 잔디가 패이고 죽어 자연스럽게 길이 생겨난다.
결국에는 보도블록을 깔고 담장도 허물어서 쪽문도 만들게 되었다.

어릴 때는 '길 아닌 길'이 잘못되었다고 여겨 걷기를 주저했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라서 일까? 소심해서 일까?
"잔디 밭에 들어가지 마라."
"길이 아니면 걷지를 마라."
귀에 딱지 앉듯이 들은 말에 세뇌되었던 모양이다.

이제 나 자신도 그 말을 절대 지킬 수 없어서 그런지, 염치가 무디어져서인지, 그 '길 아닌 그 길'이 잘못되었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공자님가 말씀하셨다.
"사람이 길을 넓히는 것이지,
길이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人能弘道 非道弘人]."
장자도 이렇게 말했다.
"길은 사람이 걸어다녀서 생겨났다.[道行之而成]"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우주와 자연의 길은 절로 있었겠지만 사람의 길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다. 처음 그 길을 걸은 사람이 있었고
그 길을 따라서 다른 사람이 걷고 이어서 걷고 함께 걷다보니 길이 되었다. 그 길이 의롭기 때문이든 이롭기 때문이든 걸어야 할 까닭이 있었기에 결국 길이 만들어졌다. 걸어야 길이 된다. 걸으면 길이 된다.
이렇게 세상은 반(反)하고 '상식에 도전'하는 자들에 의해 조금씩 나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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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도지동ㅡ노자ᆞ르네 마그리트ᆞ헤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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