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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

내비게이션이다!

by 문촌수기 2013. 1. 2.

내비게이션이다!

03/20/2008 04:59 pm

 

중1 도덕 수업시간,도덕의 필요성을 이야기로 꾸며 전해준다.
도덕교과서에는 '맹인의 등불' 이야기가 실려있다.
밤길 나그네가 길을 헤매고 있을 때,등불 켠 맹인이 나타나 길을 밝히며 돕는다는 이야기이다.
맹인의 일방적인 선행이다. 오로지 다른 사람의 밤길을 밝히기 위해맹인이 등불을 켜고 길에 나선다는 것은현실적이지도 않고 아이들에겐쉽게 이해되지 않을 듯하다.
도덕의 실천은 일방적인 봉사나 선행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살고선행을 실천하면 타인에게 이로울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몄다.이정도면 어린 중1 아이들에게 그럴듯 하게 먹혀들어갈거라고자평하였다.

"옛날 한양에 계신임금님이 환갑이 되어서 나라에서 잔치를 열었단다. 서울 경기 지방에 사는 장애 노인들을 궁궐로 초청하였지.우리 행신에 살고 있는앞을 못보는 심봉사는 이른 새벽부터지팡이를더듬거리며 길을 나섰단다. 마을 어귀를 벗어날 즈음에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어.

'어이구, 심봉사 아닌가?그렇게 지팡이 더듬거리며 언제 궁궐에 가누?'

같은 동네 사는 앉은뱅이 왕영감이다.

'사돈 남 말하네. 너야 말로 언제 갈려구? 다리도 없어 기어가는 주제에.'

왕영감은 두다리가 없는앉은뱅이 장애인이었어.
그렇게 두 영감이 서로 비웃고 흝뜯으면서더듬더듬 엉금엉금 가게 되었단다.
한 참을 걷다가 뭔가 반짝이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심봉사가 이렇게 말했어.

'이봐 왕영감, 우리 그럴게 아니구나.내가 자네가 업을께. 자넨내게길을 가르쳐 주게.'
'아하, 그러면 나야 좋지. 미안해서 어쩌지?'
'천만에, 나도 좋아.'

그렇게 해서앞못보는 심봉사가앉은뱅이 왕영감을 업고궁궐 잔치에 늦지 않게 도착하게 되었단다."

그때, 급한 목소리가 터졌다.

"우아, 내비게이션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 이야기 속에서 내비게이션을 생각해냈다.
이게 아니잖아! 애들아.
그래도 좋다. 너희들의 기발한 생각. 무한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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