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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

삶은 계란(2)_인생, 날로 먹는 것이 아니다.

by 문촌수기 2013. 1. 2.

삶은 계란(2)_인생, 날로 먹는 것이 아니다.

다른 반에서 수업은계속된다.

"삶은 무엇일까?"

"삶은 계란이다." 역시 깔깔대며 웃고 난리다.
재밌는가보다. 복도에서 줏어 들은 말일까?
정말 어린 아이들에겐 '삶은? 계란!'이가장 먼저 번뜩이는 생각일까?
상관없다.기대되는 대답이 나올 법하다.

"왜 삶은 계란이지?"
"아니, 계란을 삶았다구요."
못들은 척, 몰랐다는 척,
"그래 그래, 그래도 뭔가 의미가 있을 것 아닌가? 왜 삶은 계란인지 생각해보자."
"맛있잖아요."
"그래 삶은 맛있다. 맛있구도 하고 멋있구도 하구나. 멋진 답이다."

여기 저기 남자아이들 언성이 높다.

가운데줄의 여학생이작은 소리로 말한다.
그 소리는 내 귀를 뚫고 뇌리에 꽂히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날로 먹는 게 아니니깐요."

"그래 바로 그거구나!, 정말 그렇구나. 우리 친구 대단하구나.
삶은계란은 날로 먹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 인생도 날로 먹는 것이 아니지. 그렇지 않니"

예쁜 아이들. 알아듣는다. 스스로도 놀란다. 친구가 그런 대답을 하다니?
그런 대답속에 '인생, 날로 먹는 것이 아니란 것'을 스스로 깨닫고감탄해한다.

"그래, 그렇구나. 계란을 삶기 위해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는정성을 쏟듯, 우리들삶도 자기의정성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의미있어지는 거야. 지난 시간에스스로를 조각해나가고간절히 바라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처럼, 인생노력없이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란다. 모두 펜을 들고 교과서에 적어보자.
'삶은 계란이다. 인생,날로 먹는 것이아니다.'"

나는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니라, 배우러 왔다.
선생된 이의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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