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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2

채식주의자를 닮은 나무 아내가 가보고 싶어한 국립세종수목원을 어제 찾았다. 거기서 난 채식주의자 영혜가 되고 싶어했던 나무를 발견했다. 머리와 팔로 땅 속에 뿌리내리고, 하늘과 태양을 향해 두 다리를 쩍벌려서 자라고 있는 나무였다. 그러나 거식증에 걸려 바짝 마른 영혜의 몸뚱아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에게 아무 말은 못했다. 아니, 안했다. 분명 그 상황을 불쾌하다고 했을꺼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 책꽂이 꽂혀 있을 한강의 책을 찾았다. 책꽂이를 정리하며 많이 비우고 버렸지만 이 책은 버리지 않았는데, 분명 버리지 않았는데, "없다." 아내가 버렸나?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오래전 한강의 이 책을 읽고, 불쾌하다며 혐오스러워 한 적 있다. 게다가 나무가 되려는 영혜를 상상하며 그렸던 내 그림도 보기 .. 2024. 11. 13.
추억의 그림 "공 선생님." 너무 너무나...반가워요. 그냥 그리운 이름이 되었네요. 잘 계셨죠? 최고 관리자의 중책을 맡아 얼마나 애많이 쓰십니까? 책장 깊이 끼워져 있던 이 그림을 찾아들고선 한참 동안, 추억에 젖어 있답니다. 공 선생님과 고 교수님이랑 경주 남산으로 인문학 산책 갔다 돌아오는 전세버스 안에서 소설 이야기 끝에 그렸던거죠. 저희 안사람은 그 소설도, 이 그림도 모두 불쾌하다고 해서 치워두고 잊어 버렸는데 우연히 지금 나타났네요. 행복(happiness)도 이렇게 문득, 우연히(happen) 온다더니! 저는 퇴직하고, 하모니카로 옛 추억의 포크송을 불고, 머리속 이미지를 커피여과지에 노래그림 그리며, 명구 휘호와 놀기를 하고 햇살 걷기하고 있답니다. 얻은 별명 "그냥" 같이, 그냥 무계획으로 지금 .. 2020.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