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단 이야기

혁신의 스승, 노자

by 문촌수기 2019. 4. 26.

노자 사상은 어렵다.어린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어렵고 말고다. 우선 두 개의 도(道, 길)를 알자고 했다. 그리고 그 길을 그림으로 읽어보고 이야기하자 했다. 이야기와 그림은 우리의 생각에 흥미를 더해주고 어려운 사상을 친근하게 만나게 해준다.
첫번째 길, '도가도 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란다."
참 묘한 말이다. 아니, 무슨 이런 말장난이 있나 싶다. <도덕경>제1장 1절에 해당하는 이 말을 어떤 이는 이렇게 해석한다. 대체로 세상이 거의 다 그렇게 번역하고 있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영원 불변의 도(the enduring and unchanging Tao.)가 아니다." 라고.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부정한다. 반대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괜찮겠다. '이 길 밖에 없다'는 말을 부정한다.' '말로 규정된 가치만을 진리라고 하는 것에 반대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가치관만이 옳다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아래 그림을 보자.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반역>, 이것도 이름하자니 그렇게 제목을 붙였다.

파이프 그림을 놓고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 라고 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고 곰곰히 따져 보자. 마그리트의 말은 맞는 말인가? 틀린 말인가? 틀린 말이라면 왜 이런 말을 썼을까? 그 입장을 애써 받아들이며 '다르게 바라보자(Look Different)'. 맞는 말이다. 이것은 파이프 그림이고, 마그리트 파이프 그림의 사진이다. 결코 불을 지펴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파이프가 아니다. 이것이 노자, <도덕경> 1장 1절을 이해하는 '키픽처(Key Picture)'에 해당된다.  
"도를 '이름하여 [可道]'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도는 '늘 그러한 도[常道]'가 아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는 무엇인가? '경부고속도로'이다. 그러나 그 도로는 경부고속도로 일뿐 아니라, 고속국도1호선이며 아시아 하이웨이 1호선이다. 하나만 정답으로 하는 것이 옳은가?  지금까지 정답으로 여겨왔던 교과서를 부정한다. "인생, 살아보니 정답없더라."
이것이 노자사상이다. 그래서인가 마그리트도 이렇게 말했다. "내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도 '경부고속도로'라는 이름표는 없다.

두번째 길, '반(反)하는 것'이 노자의 길[道]
노자는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약자도지용(弱者道之用)이다."고 했다.
"반대하는 것, 거꾸로 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요, 약한 것이 도의 쓰임이다."

노자는 세상의 주류와 지배 가치에 반대한다. 노자 사상을 이해하는 핵심키워드가 바로 도(道)와 무(無)와 반(反)이다. 노자는 세상을 지배하고 누구나 옳다고 여기며 추구하는 가치들을 반대한다. 굳셈剛, 강함强, 높음高, 가득참滿, 큼大, 많음多,법치法治, 지식 知, 人爲, 언행言, 학문學보다는, 부드러움柔, 약함弱, 낮음低, 비움虛, 작음小, 적음寡, 무치無治, 부지不知, 무위자연無爲自然, 불언不言, 절학(絶學).
도를 무엇으로고 규정할 수 없지만, 도는 자연을 본받으며[道法自然], 그 움직임은 반(反)하기다. 뒤집기다. 반대하기다. 되돌아가기다. 그것이 자연의 모습이고 순환이다. 자연이 어디 불변하던가? 자연은 늘 움직이고 순환하며 반하고 '귀기근(歸其根, 그 뿌리로 돌아간다, Back to the roots)'한다. 귀근은 고요함[靜]이요. 고요함은 복명(復命)이며, 복명(명으로 돌아감)은 상(常)이라 하니, 이것이 '도가도 비상도'할 적의 상도인 것이다. 그러니 상도 (常道)란 항상 반하고 항상 그 뿌리로 돌아가는 순환성의 원칙을 가진 항도(恒道)인 것이다. 반(反)하고 귀근하는 것이 도의 항상성인데 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고 가두어 두는 것은 도(道)를 모르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반(反)하기'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쇼킹한 일 생겼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의 딕 포스베리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높이뛰기를 보였다. 두다리로 바를 뛰어넘는 가위뛰기도 아니고, 배(belly)를 땅쪽으로 향하여 둥글게 말듯이(roll) 넘어가는 벨리롤오버(belly roll over)’ 도약법도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자세를 완전히 뒤집어 등을 땅쪽으로 향하여 머리와 어깨부터 넘어가는 배면(背面)뛰기 자세를 선보였다. 관중도 심판도 모두 놀랐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그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땃다. 이후 이 배면뛰기에는 그의 이름을 붙여져서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라고 불려졌으며 높이 뛰기의 정석이 되었다. 그러나 이 정석과 상식도 언젠가는 또 뒤집어지지 않을까?

"뒤집어라. 반대하라. 되돌아가라. 그것이 자연을 본받는 것이다." 이것이 도의 가르침이고 노자의 가르침이다.

'반(反)하기'헤겔의 변증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 헤겔의 변증법의 원리에서 '반(反, antithese)'은 인류문화를 발전시키는 지양(止揚)의 힘이다. '반대하기, 돌아가기, 다르게 바라보기, 딴지걸기, 삐닥하게 시비걸기, 의미 재구성하기, 의미부여하기, 질문하기. . .' 이런 反의 작용이 인류문화를 성장시키고, 진리를 자라게 한다. 변증법에서 테제(these)ᆞ정을 정(正)으로 규정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테제가 정(正)이라면 그것은 옳은 것(right)이 되고, 안티 테제(antithese)ᆞ반(反)은 그른 것(wrong)이 된다. 그것은 변증법의 지양 원리에 맞지않다. 定石과 결정의 정(定ᆞ테제)이며 거기에 모순을 지적하고 반대하는 것이 반(反ᆞ안티테제)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새로운 세상을 연 혁신가들이 가졌던 정신이 비(非)와 반(反)이었다. 2,600년 전의 노자야말로 혁신과 창의의 아이콘이다. 늘 의심하고 다르게 생각하라.

道ᆞ길, "걸으면 길이 된다." - 공자와 장자의 말 더하기>
https://munchon.tistory.com/1263

'교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퇴근  (0) 2019.08.30
비상하라 아이들아.  (2) 2019.07.17
춘풍추수로 밀당합시다.  (0) 2019.04.20
이제 말하셔요. "나도 힘들어"  (0) 2019.03.30
매홀고, 매력 홀릭을 자랑합니다.  (0) 201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