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최후의 장면, 교단 마지막 퇴근입니다.
학교 뒷산 버드나무를 깎아 '일체유심조'라 쓰고 만들어 놀던 대궁(大弓)의 시위를 접고,
'군자유삼락'의 즐거움을 족자로 둘둘 말아 한 손에 들고 학교를 나섭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기쁨도 있건만, 성직(聖職)과 같은 이 소중한 교직을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은 큽니다.
하지만 '지족자부(知足者富)'라는 노자의 말씀에 '지지자현(知止者賢)-그칠 때를 아는 것이 현명하다'고 대구(對句)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며 멈추었습니다.
나를 구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잠시 나를 돌보고 달래다가 다시 일어나 제3의 인생 길을 걷게 되겠죠. 이제 배움보다 비움을, 가르침보다 나눔을, 그리고 즐김과 살림을 위하여 살아보렵니다.
하느님과 여러분들과 함께 했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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