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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찾아서

빈배가 되라

by 문촌수기 2013. 1. 1.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떠내려와서 부딪치면 비록 속좁은 사람일지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배 위에 사람이 있으면 비키라며 소리친다. 소리쳐도 듣지 않으면, 다시 부르고 또 듣지 않으면,세 번 소리친다. 그런즉 욕설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까는 화내지 않고 지금은 화를 내는 까닭은, 아까는 빈배였고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기를 비우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 <장자>, 산목편

方舟而濟於河, 有虛船來觸舟, 雖有惼心之人不怒., 有一人在其上, 則呼張歙之., 一呼而不聞, 再呼而不聞, 於是三呼邪, 則必以惡聲隨之. 向也不怒而今也怒, 向也虛而今也實. 人能虛己以遊世, 其孰能害之!

나는 살아오면서 남과 부딪치기를 피했다. 부딪치면 내가 상할까봐서 두려웠다. 싸울 줄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 가르침을 명심하고 복종했다기 보다, 그 가르침을 핑계와 위안으로 삼아 시비꺼리를 피하며 살았다.
그러나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가 강을 건너려 할 때 나의 흐름을 가로막는 배가 있으면 속이 상하고, 참다못해 그냥 콱 부딪쳐버리고 싶었다. 얕은 자존심으로 나중에 후회할 말을 내뱉고선,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도 했다. 돌아서서는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자책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내 자신이 빈 배(虛船)가 된다는 것. 자기를 비운다는 것(虛己), 그것은 무엇일까? 마음에 걱정도 없고 격정도 없고 미움도 없고 욕망도 없는 ‘아파테이아(apatheia)’의 상태를 말하는 건가? 아님, 자존과 아집[苦]을 없앤다[滅]는걸까? 나를 비울 때 이웃을 담을 수 있고, 나그네를 실어 물을 건네주고, 포용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 터인데 어느 만큼 수양되어야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나의 얕은 자존심으로 먼저 남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겠다.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허물이 적고자 할 따름이다.

몇 해전 수업시간이다. 동양윤리사상 ‘장자(莊子)’를 학습하는 시간에 ‘제물론’과 ‘물아일체’를 학습하고 나아가 ‘호접지몽(호랑나비 꿈)’이며, ‘무용지용(無用之用)’을 덧붙이고 ‘빈배가 되라’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평소 밥 많이 먹는 예쁜 꽃분이는 수업 중에 잠들어 있었다. 깨워서 물었다.
“꽃분아. 아까 선생님이  ‘빈 배가 되라’했는데 이게 무슨 뜻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쑥스러운 듯 잠이 덜 깬 듯 작은 목소리로 답한다.
“밥, 적게 먹어라?........” 

순간 교실 안은 폭소가 터졌다. 겸연쩍어 하던 꽃분이도 미소를 띠다가 얼굴이 밝아졌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제자다. 지금은 멋진 아가씨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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