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을 산다. 일주일에 한번씩 분리 배출하는 날이면 일회용품, 포장 봉투와 박스 종이,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유리병, 고철 등이 쏟아져 나온다. 대체 이 많은 것들을 전국에서 다 모아 쌓으면 태산보다 높지 않을까? 음식 쓰레기는 또 어떻고? 이러다가는 후손들은 월E 영화처럼 쓰레기만 남은 지구를 떠나 우주를 유랑하진 않을까? 이럴 때는 죄를 많이 짓고 살아간다는 느낌도 든다. 죄 짓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다고 속세를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갈 용기는 없다. 그저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아껴 쓰고, 생명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수업시간, 나는 호주머니에 손수건을 꺼내 보이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시 아나바다 운동을 하자. 그리고 손수건을 사용하자. 지금은 아주 작은 걸음이지만 훗날 너희들과 너희 자녀 그리고 인류를 살리는 큰 걸음이 될 것이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시간도 아껴써야 한다."
01ᆞ05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도천승지국, 경사이신, 절용이애인 , 사민이시)
~ 천승의 나라를 다스리되 일을 공경하고 미덥게 하며, (재물을) 쓰기를 절도 있게 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백성을 부리기를 때(농한기)에 하여야 한다.
The Master said, "To rule a country of a thousand chariots, there must be reverent attention to business, and sincerity; economy in expenditure, and love for men; and the employment of the people at the proper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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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아나바다
아나바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말이겠다. '아껴쓰기, 나눠쓰기, 바꿔쓰기, 다시쓰기' 생활 캠페인의 준말이다. 소비가 미덕인 세상에 궁상 맞은 짓이라 여기겠지만, 지금은 우리 삶을 반성하고 개선하기위해서는 꼭다시 실천해야 할 실천운동이다.
아내가 창틀 청소를 부탁하며 물티슈를 줬다. 일회용 물티슈도 쓰고 난 다음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씻어서 건내 주었다. 하찮고 사소한 것도 꼼꼼히 챙기고 다시 쓰고 아껴 쓴다. 별나게도 깔끔을 떨며 청소를 자주한다. 창틀 먼지까지 자주 닦아 달래니 귀찮기도 하다. 내마음 달래가며 청소를 시작했다. 깨끗하게 변해가는 창틀과 창호 레일을 보면서 아내가 살림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공포감으로 빠트리는 작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만 보더라도 이 창틀의 먼지보다도 더 미세하지 않은가? 그러니 이 먼지를 대수롭지 앓게 여길 수는 없겠구나 싶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랬다. 미세한 먼지 하나에도 시방세계가 다 담겨있단다. 아내의 살림살이는 역시 생명을 살리는 일이었다. 아껴 쓰고 깨끗하게 사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아끼쓰며 재활용하는 게 있다. 커피를 내려마시고 버리게 되는 필터지를 모아 두었다가 물에 씻고 말려서 캘리그래피나 그림 그리는 일에 재활용하고 있다. 특별한 느낌이다. 꼭 캔버스가 있어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쓰레기 커피여과지에 노래그림
사이먼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빌보드1위, 1970)와 "Scarborough Fair/Canticle"를 그려, 잘 듣지않는 LP판에 붙여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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