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김민기 곡ㆍ글ㆍ노래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온다
늘어진 어깨마다 퀭한 두눈마다
빨간 노을이 물들면 왠지 맘이 설레인다
강건너 공장의 굴뚝엔 시커먼 연기가 펴오르고
순이네 뎅그런 굴뚝엔 파란 실오라기 펴오른다
바람은 어두워가고 별들은 춤추는데
건너 공장에 나간 순이는 왜 안 돌아 오는걸까
높다란 철교위로 호사한 기차가 지나가고
강물은 일고 일어나 작은 나룻배 흔들린다
아이야 불밝혀라 뱃전에 불밝혀라
저 강건너 오솔길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라~라라 라라라 노저어라
열 여섯살 순이가 돌아온다
라~라라 라라라 노저어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아이야 불밝혀라 뱃전에 불밝혀라
저 강건너 오솔길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모니카로 '강변에서'를 불러보았다.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이 어울려 바람에 춤을 춘다. 그렇게 가을 저녁은 보라색으로 물든다. 보라색은 성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럽기도 하다. 김민기의 <강변에서> 노래를 따라가면 세마치 장단에 덩실 덩실 춤추게 되고, 노랫말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미어진다. 열 여섯 살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는 기쁨보다는 늦도록 공장 일하는 고달픈 순이의 삶이 스밀기 때문이다.
김민기는 '열 여섯 살 순이'를 노래하고, 송창식은 '열 아홉살 순이'를 노래한다. 지금 같았으면 고등학교를 다닐 나인데 공장에 다니는 어린 순이의 삶이 서럽다. 순이가 다녔던 공장은 방직 공장일 것이다. 식민지 조선에 처음으로 세워진 공장도 방직공장이었고, 1960년대에서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근대화의 중심이 되는 산업 또한 방직산업이었다. 시골 마을마다 산비탈에 뽕나무 밭을 일구고, 초가삼간 집집마다 방 한칸이라도 누에치기를 하였다. 어릴 적 내 고향의 모습이었다. 누에치기 방안에서는 들판에 내리는 소나기 소리가 들렸다. 그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직물을 짜는 방직공장에는 대부분 여공들이 다녔다. 그 어린 처녀들은 집안 살림과 오라버니 학비에 보탬이 되라고 학교 대신에 공장으로 보내졌다. 이 시기에 살았던 내 누이같은 모든 '순이'는 조국 산업화의 일꾼이었다.
김민기ㆍ강변에서
https://youtu.be/PqOwmYLZ0Cw
송창식ㆍ강변에서
https://youtu.be/go6qIKWhK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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