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실의 <찔레꽃>, 이 노래는 동요와 국민 가요의 범주를 넘어서 우리의 민요가 된 것 같다.
<찔레꽃>/ 이연실 가사ᆞ노래 /박태준 작곡 /1972년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 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려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이연실의 찔레꽃 https://youtu.be/iwBTngQuq9I
이연실의 노래 따라 하모니카 부른다. 괜한 눈물이 난다. 엄마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난 어릴 적부터 지금 껏 '엄마 일'을 '엄마 길'로 듣고 불렀다. '엄마 길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엄마 길이 어디길래, 찔레꽃이 피었을까? 무슨 일이길래, 엄마 혼자서 깊은 밤에 하얀 발목 바쁘게 내려오실까? 숲이구나. 산이구나. 타박네처럼 울엄마 젖먹으러 찾아가는 산길이구나. 돌아가신 엄마가 나의 꿈 길을 찾아 내려 오시는 그 길이구나.
돌아가신 엄마 산소를 찾아 올라가는 숲에는 찔레 나무가 많다. 찔레 가시에 찔리고 걸릴까봐서 낫으로 쳐가며 산소를 오른다.
나이 들어 다시 읽어본 노래는 '엄마 길'이 아니라, '엄마 일 가는 길'이었다. '엄마 일'이 뭘까? 물론 살림살이다. 자식키우고 식구들 먹이는 일이었다. 자식 크는 재미와 사랑으로 향기롭지만, 가난하고 고단한 살림에 시린 가시가 더 많았던 삶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찔레꽃을 닮으셨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누워 계신 산소는 깊은 숲속 산중턱에 있다. 숲 길을 오르면 엄마 젖냄새가 난다.
엄마 아버지는 나비가 되어 찔레꽃을 피운다. 엄마 아버지는 돌아가셨어도 숲을 살리고 계셨다. 이제 '엄마 일'은 나의 일이 되었다. 자주 찾아뵙고 돌보는 일이다. 그런데 그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리움을 달래려고 '엄마 일'과 찔레꽃을 그린다.
<찔레꽃> 노래의 원래 제목은 <가을밤>이다. 찔레꽃은 봄 여름에 피는데도 <가을밤>이라고 제목을 한 것은 <가을밤>이라는 원곡에서 곡조를 그대로 가져오고 개사하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가을밤>의 노랫말에는 찔레꽃이 없다. 엄마 그리움만 한결 같다.
<가을밤> / 이태선 작사 / 박태준 작곡 /1929년
“가을밤 외로운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오는 밤
기러기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https://youtu.be/ClDpDYgvQcM
<가을밤>보다 먼저 엄마 그리움을 노래한 같은 곡조의 노래가 또 있었다. 즉 <찔레꽃>, <가을밤>의 윈조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인 <기러기>이다.
(공식적으로는 윤극영의 <반달>이 최초의 동요이다.1926년에 발표한 동요집 《반달》 속에 수렴된 반달을 1924년 10월 12일에 만들었다고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대구가 동향인 윤복진과 박태준이 만든 곡이다.
<기러기> /윤복진 작사 /박태준 작곡 /1920년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 엄마 찾으며 흘러갑니다.”
오동잎이 우수수 지는 달밤에
아들 찾는 기러기 울고갑니다.
'엄마엄마' 울고간 잠든 하늘로
'기럭기럭' 부르며 찾아갑니다"
이 동요가 <가을밤>으로 개사된 이유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에 작사자 윤복진이 월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을밤>의 1절 가사는 1929년 12월 7일자 동아일보에 이정구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실려 있었다. 이정구도 월북했다. 그래서 그 이름을 쓰지 못하고 이태선의 이름이 작사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가수 이연실은 1972년, <가을밤>에 새로운 가사를 붙여 <찔레꽃>을 발표했다. 그런데 < 찔레꽃> 가사도 이연실의 창작물은 아니었다. 1930년 이원수(고향의 봄의 작사자)가 지은 동시가 원작이었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 언니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배고픈 날 따먹는 꽃이라오. / 광산에서 돌 깨는 언니 보려고/ 해가 저문 산길에 나왔다가/ 찔레꽃 한잎 두잎 따 먹었다오/ 저녁 굶고 찔레꽃을 따 먹었다오.”
여기서 찔레꽃의 모티브를 가져온 이연실은 더욱 가슴을 저미는 가사로 만들어 청아하면서도 구슬픈 목소리에 실었다.
+이야기 더하기
<찔레꽃> 여섯 송이를 기르는 노랑나비.
20여년 전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가슴에 喪章(상장)을 달고 학교에 출근을 하니, 우리 반 한 아이가 "왜 나비 리본을 달았어요?"물었다. 그래서 대답해주기를,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제 나비가 되셨구나." 이후, 노랑나비를 보면 돌아가신 어버이라 믿게 되었다.
<기러기> 동요 속의 오동잎을 그리다가, 새삼 알게 되네. 화투에 11자, 똥광 똥쌍피, 이 똥 이파리가 오동(梧桐)나무 잎인 걸, 桐(동)이란 것을! 딸을 낳으면, 시집갈 적에 장롱짜주려고 마당에 심었다는 그 나무. 노래 그림 그리다가 새삼 배우는 게 많아서 재밌다.
<가을밤> 그림 속 억새밭에 분홍바늘꽃을 그렸다. 집근처 공원에 많이 피었는데 담장가에 심으면 참 예쁘겠다. 암술 끝에 십자가를 달고 있는 모습이 신비롭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름을 달리면 평원에 분홍바늘꽃과 자작나무의 군락지가 펼쳐진다 한다.
영화, <하모니>에서 찔레꽃
https://youtu.be/AEeSbQ2c2PQ
제주 4.3 추념식에서 가수 이은미가 부른
<찔레꽃>과 <가을밤 >
https://youtu.be/gipsDe4Cc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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