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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액 놀기

편액에 대한 이해 - 임노작

by 문촌수기 2022. 3. 2.
편액들에 대한 이해.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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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액은 상징성과 의미를 지닌다.
'편(扁)'은 '서(署)' 의 뜻으로 문호 위에 제목을 붙인다는 뜻이다. ‘액(額)’은 문병(門屛)위에 걸려있는 평평한 나무 쪼가리를 말한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건물 정면의 문과 처마 사이에 붙여 건물의 명칭이나 건축에 관련된 사항을 나타내며, 내적으로는 상징적인 내용을 함축적으로 외부에 표방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널빤지나 종이· 비단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문 위에 거는 액자로 흔히 현판(懸板)으로 통칭된다. 대개 가로로 걸기 때문에 횡액(橫額)이라고도 하나 글씨의 경우 세로로 쓰기도 한다. 편액은 대부분 목판에 직접 글씨를 쓰거나 새긴 것이며, 주로 건물의 이름이나 기둥의 주련으로 이용되었다. 오늘날은 현판· 간판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편액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홍보물이다.
편액은 건물의 기둥에 거는 주련과 함께 건물을 치장하는 주요 수단이었으므로 당시 주(住)생활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건물의 명칭 및 내력, 서자(書者)ㆍ제작방법 등을 살필 수 있다. 편액은 주인이나 작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홍보를 위한 측면에서 광고물인 것이다. '판에 써서 보인다' 는 간판과 마찬가지로 시각에 호소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며,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을 표방하는 전통적인 자기 광고물인 셈이다.
편액은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원우(院宇)와 누정, 재사 등의 건립을 통해 선현의 학문과 덕행을 존경하고 추모하였으며, 나아가 이를 본받아 실천하고자 하였다. 국학진흥원에 소장된 상당수의 편액은 선현을 기리거나 효열을 강조하는 윤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봉건적인 유교사회에서 존현과 효성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었으며 주요한 덕목임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면 인격수양과 인륜을 중시하는 유교의 사상과 정신을 담고 있으며, 자기 자신의 수양은 물론이고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삼강오륜이 강조되어 있다. 삼강오륜은 과거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기본적 윤리로 존중되어 왔는데,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을 함양하여 인격을 완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국학진흥원 소장의 자료 가운데 ‘영사(永思)’ㆍ‘영모(永慕)’ㆍ‘우모(寓慕)’ㆍ‘추모(追慕)’ㆍ‘추원(追遠)’효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은 것은 자연스런 결과라 하겠다. 부모에 대한 사무침과 조상에 대한 추모의 정성, 그리고 성현에 대한 희구의 열정을 통틀어 ‘그리움’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거기에는 참된 인격을 성숙시키는 진정한 인문정신이 담겨 있다. 편액의 내용은 그 건물에 알맞은 의미와 유래를 담고 있는데, 대체로 기문 등을 지어 그 의의를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서 편액을 만들거나 걸 때 그 사실을 기록한 글이 문집 등에 다소 수록되어 있다. 이른바 <편액기扁額記>, <게판기揭板記>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이러한 글속에는 특히 편액을 대하는 옛사람들의 마음가짐과 그 의미가 담겨 있으며, 서예사적으로도 귀중한 정보가 들어 있다.

편액을 새겨서 그 거처에 걸어두니, '첨모(瞻慕)'의 정을 붙이고 영구히 전해지기를 바라서이다.”
산림에서 덕을 기르고 산 밖을 구하지 않았다. 편액을 보면 일생의 청수(淸修)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영남의 선비들이 함께 논의하여 모각해서 걸어두고 존경의 정성을 다했다.”
당대의 명경 거공에게 글씨를 부탁하고 관청에 보고하였다.”
남긴 은택을 잊지 않기 위해 사실을 기록한다.”
자취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여 다시 새기고 단청을 칠하여 더욱 꾸민다.”
누에 올라 편액을 보면 어느새 사모의 마음이 일어나니 후세에 길이 전해지리라.”
후손이 뜻을 잇고 서술하여 선조가 미처 하지 못한 것을 이룬다.”
끝없는 효성과 추원의 정성이 그 가문에 세습되어 인심을 흥기한다.”
편액은 당호가 주류를 이룬다.
일반적으로 현판은 당호(堂號)를 나타내는 편액이 대종을 이룬다. 당호는 특정 건물의 본채와 별채에 따로 붙인 이름이다. 이것이 사적 소유의 경우 그 집의 주인을 나타내는 이름이 되어 본명에 대한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조선의 선비에게는 대체로 본이름이나 자(字) 외에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은 호(號)가 있다. 호는 자신이 짓기도 하고, 부모나 스승·친구가 호를 지어주기도 하였다. 그 중 당호는 본래 정당(正堂)과 옥우(屋宇)의 호를 말하는데 그 집의 주인을 일컫기도 한다.
당호는 대부분 거처하는 곳이나 자신이 지향하는 뜻, 좋아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 스스로 짓거나 부모, 친구, 스승이 지어주기도 하며, 사후 후학들에 의해 붙여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심경이나 지향, 환경 등이 극명하게 반영됨으로, 이를 통해 당시 인물들의 세계관과 인생관, 사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경우, 취호(取號)의 가장 흔한 예로는 바로 자신의 거처인 사랑방의 당호를 따서 호로 삼는 것이었다. 집‘재(齋)’, 집‘헌(軒)’, 누각‘루(樓)’, 정자‘정(亭)’, 마루‘당(堂)’ 자가 들어간 경우가 많았고, 바위의 견고하고 변하지 않는 이미지를 지향하여 바위‘암(巖)’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자신이 거처하는 곳을 겸손하게 일러 누실이란 뜻의 움‘와(窩)’자를 사용한 경우도 있으며, 은둔을 지향하는 경우에는 숨을 ‘은(隱)’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국학진흥원에 소장되어 있는 편액은 대체로 서원이나 서당, 문중에서 기탁된 것으로 교육과 교화, 수신에 관계되는 유교적 성격의 당호가 대부분이다. 그 속에는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은둔하여 사는 선비들의 생활철학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성현의 말씀이나 경전의 구절을 경구나 잠언 같은 좌우명으로 삼아 자신의 성찰로 삼은 것이다. 조선말기의 학자 홍재겸(1850~1930)은 “사람이 호를 취함은 각각 숭상하는 바로써 한다. 봄바람에서는 그 온화함을 취하고, 여름 바위에서는 그 서늘함을 취하고, 눈과 달에서는 그 깨끗함을 취한다. 그 숭상하는 바가 같지 않기에 취하는 바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고 하였다. 글씨가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듯이 호를 통해서도 그 사람의 면면을 이해할 수가 있다. 호를 짓는 기준에 대해 이규보는 그의 「백운거사어록 白雲居士語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거처하는 바를 따라서 호로 한 사람도 있고, 그가 간직한 것을 근거로 하거나, 혹은 얻은 바의 실상을 호로 한 사람들도 있었다.”또한 자신이 목표로 삼아 도달한 경지나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에 따라서 호를 짓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의 호를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의 다양한 호를 사용한 이는 추사 김정희(金正喜)로 무려 500여개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한 경우에 속하는 예외적인 것이며, 조선시대 대부분의 사인(士人)들은 스스로 호를 짓거나 표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군자가 지녀야 할 겸양의 미덕과 상치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액이나 당호의 표방성은 군자의 믿음과 일면 상충된 모순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인들은 자신의 호에 대하여 설명한 변#이나 기를 짓기도 하였고, 남의 호를 지어줄 때에는 그 글자의 출전이나 뜻을 밝힌 글을 아울러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글을 호변(號辨) 또는 호기(號記)라 한다. 호에서 우리는 선인들의 문예적 취향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편액에도 더러 낙관과 인장이 있다.
편액에는 낙관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필자를 밝힌 것도 있다. 자필의 증거로서 자신의 이름, 그린 장소, 제작 연월일 등을 적어 넣고 도장을 찍는데, 이것을 '낙관(落款)'이라 한다. 청동기 등의 각명(刻銘) 중에서 음각의 글자를 ‘관(款)’, 양각의 글자를 ‘지(識)’라고 하는데서 유래하였다. 서명과 제작일시만 적는 경우는 '단관' 이라 하고, 누구를 위해서 썼다는 등의 언급을 하는 경우는 '쌍관' 이라 한다. 필자가 아닌 사람이 나중에 기입한 낙관은 '후낙관' 이라고 부른다. 낙관은 작가의 사회적 지위의 향상과 독립에 수반하여 발생한 것이다.
이하 생략 .... 첨부 문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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