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전야에 베푸는 호기놀이,오방놀이,지신밟기, 대보름날의 귀밝이술, 약밥, 오곡밥, 나물반찬, 부럼깨기, 아홉차례, 액연 날리기, 쥐불놀이, 달님에게 소원 빌기, 달집태우기, 볏가릿대 세우고 돌기, 우정(友情)솥 안 밥과 나물 훔쳐먹기, 남녀 편 줄다리기, 다리밟기 등 먹고 마시고 흥겹게 놀면서 풍년을 기원하며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다집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저것 잘 먹고 마셨지만 이 날 만큼은 개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다합니다. 보름날 개가 밥을 먹으면 여름에 파리가 끓는 등 발육이 좋지 않다는 속설 때문이라 하지만 크고 밝은 달을 바라보며 밤새 짖어댈 개의 배를 미리 허기지게 하여 지쳐 짖지 못하게 할 필요 때문이겠습니다. 그래서 "개, 보름 쇠 듯 한다"는 속담이 생겼는데 그 의미는 많은 이들이 즐거이 지내건만 자기 홀로 외로이 무미하게 지냄을 이르는 말이 되겠지요.
정월 대보름날 즈음에 오늘날 청춘 남녀들이 사랑의 초콜릿 선물을 하는 발렌타인 데이가 곧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는 서양의 발렌타인은 있어도 정월대보름 축제는 사실상 없습니다. 이는 우리 문화가 멸시되고 외래문화를 추종하는 정신적, 문화적 식민상태를 보여주는 세태의 반영입니다.
나라가 비록 망할지라도 그 민족의 문화가 살아 있는 한 나라는 되찾을 수 있겠지만, 나라는 있을지라도 그 민족의 문화와 정신이 죽으면 나라는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식민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는 말처럼, 민족문화의 내일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은 민족의 내일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민족 고유의 풍속과 문화를 개량 계승하여, 마을의 남녀노소 모든이들이 달님에게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나 봄기운이 완연하여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청춘의 시절인 경칩(양력 3월 5일), 사랑하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음력 7월 7일)을 [우정과 사랑의 날]로 기념하고 서로에게 부럼(땅콩, 밤, 호두 등)을 선물하거나 지난 가을철에 책갈피에 넣어 말려둔 은행잎에다 사랑의 시를 적어 전하거나 신토불이(身土不二)한 은행 씨앗을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의 징표로 선물하면 참 좋겠습니다.
달콤하지만 입안에서 금방 녹아버리는 초콜릿 같은 사랑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은행나무처럼 천년을 변치말 것을 약속하는 그런 사랑을 전하면 참 좋겠습니다.
참말로 좋겠습니다.
2001. 2. 8 문촌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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