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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

차이코프스키, 콘체르트의 밤

by 문촌수기 2023. 11. 29.

내 청춘의 애청곡, 베스트리스트의  협주곡을 듣는다.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
특별기획연주회
차이콥스키 스페셜
Concerto  vs  Concerto
2023, 11. 30.목 7:30pm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지휘 박혜산
연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Concerto vs. Concerto는 일반적인 연주회의 틀에서 벗어나 오직 협주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만의 특별 기획 프로그램이다. 매년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시리즈의 올해 주제는 차이콥스키이다. 차이콥스키가작곡한 단 하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바이올리니스트 임동민이 연주하고, 그 어떤 작품보다도 상징적인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피아니스트 박진형이 생명을 불어넣으며 협주곡의 매혹적인 광채로 가득찬 저녁을 준비한다.

1.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피아노 박진형
P.I. Tchaikovsky,
Piano Concerto b-flat minor No.1 op.23 TH 55
I.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
II.Andantino semplice
III.Allegro con fuoco

이 곡이 작곡된 것은 1874년 12월 무렵이다. 이 해는 차이콥스키에게 있어서 비교적 조용했던 시절로, 1월에 현악 4중주 2번을 작곡했고, 6월부터 3개월정도 오페라인 '대장장이 바쿨라'에 전념하였다. 그 후 당분간 창작활동을 하지 않던 차이코프스키는 12월 부터 약 1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이 피아노 협주곡을 완성하였으나, 초연은 의외로 1년 가까이나 지난 1875년 10월 25일 보스턴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얽힌 일화는 영화나 여러 문헌에 자세히 나타나 있는 대로 당시 모스크바음악원의 교장이며 차이코프스키의 친구였던 니콜라이 루빈시타인(1835-1881)과의 불화에 의한 것이다.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은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며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스승이었던 안톤 루빈시타인(1829-1894)의 동생으로서 당시 형 못지 않은 상당히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고 하는데, 곡을 완성한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첫번째 협주곡이기도 한 이 곡의 피아노 파트에 대해 조언을 듣기 위해 12월 24일 밤에 루빈시타인과 그의 동료인 프베르트(1840-1888,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를 초청하여 이 곡을 직접 연주하여 들려 주었던 것이다.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파트의 완성도는 어떻든 곡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을 기대했었지만 루빈시타인은 그 자리에서 혹독한 평가를 내렸던 것이다. 이 부분은 동석했던 프베르트의 기록에도 남아 있지만, 1877년 차이코프스키가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쓰여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은 차이코프스키가 이 때 받은 심적인 충격을 어느 정도 보여 주고 있다

'나의 피아노협주곡은 연주가 불가능한 듯이 보였으며, 쓰레기 같은 것이었다. 곡을 구성하는 패시지들은 어색하고 서투른 것이어서 구제불능이었다. 작품 자체가 좋지못하고 천한 것이라는 말이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의 작품을 그대로 사보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이 협주곡은 두 세 페이지만을 건질 수 있을 뿐 나머지는 완전히 다시 써야 했다.'

이러한 평가를 받고 격분한 차이코프스키는 방을 뛰쳐나갔으며 당황한 루빈시타인은 뒤따라나가서 몇몇 부분을 수정하면 자신이 연주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는 '단 하나의 음표도 고칠 수 없다'고 고집을 세웠으며, 당시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치던 한스 폰 뷜로에게 이 곡의 초연을 의뢰하였다. 한스 폰 뷜로는 이 곡을 살펴보고 매우 만족해 했으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보스턴에서 가진 초연은 뷜로의 확신대로 대 성공을 거두었으며 뷜로는 이 사실을 전보를 통해 모스크바에 있는 차이코프스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모스크바와 보스턴 사이의 최초의 전보가 바로 이것이라는 후문도 있다). 모스크바에서의 초연은 루빈시타인이 지휘를 맡아 1878년 3월 22일에 이루어 졌다.

헌정과 수정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원래 헌정받기로 되어 있었던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이 아니라 당시 거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던 젊은 피아니스트인 세르게이 타네예프에게 바쳐졌으며, 1875년 오케스트라 파트의 수정을 마친 후 다시 헌사를 한스 폰 뷜로로 수정하였다.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의 간곡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한 음표도 바꿀 수 없다'라고 고집을 피우던 차이코프스키이지만 나중에 이 곡의 기술적인 부분을 약간 수정하게 되었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악보로 수정된 것은 작곡된 지 약 15년이 지난 1889년 경이며 이 곡을 런던에서 초연한 영국의 피아니스트 에드워드 단로이터에게 기술상의 조언을 받았다. 이미 오래전에 사망한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에 대해서 조금쯤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법도 하다. 현재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로 되어 있는 1악장의 서주도 원래는 '안단테'로 되어 있었으며 3악장의 코다 도입부 직전에 나타나는 'Tempo primo, ma tranquilo(원전에는 Tempo I ma piu plus lent)'의 속도지시를 비롯한 다양한 속도변화 지시는 거의가 나중에 추가된 것이다. 코다의 튜티가 시작되지 전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맹렬한 옥타브 역시 대폭 수정되었는데, 원래 상당히 단순하고 직선적이던 이 부분이 수정에 의해 매우 극적이고 화려한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변화하였다.

조성진 연주
https://youtu.be/YXL0dkG-Qro?si=4dJc1_jf1rYHaliD


2. 차이코프스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Op 35. D 장조
바이올린 임동민
P.I.Tchaikovsky,
Violin Concerto D Major op.35
I.Allegro moderato
II.Canzonetta:Andante
III.Finale:Allegro vivacissimo

1878년 어느 봄 저녁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차이코프스키를 방문했다. 그는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의 제자인 코텍이었다. 그날 차이코프스키에게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는데 그 중에는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날 저녁 차이코프스키는 이 색채감이 풍부한 랄로의 바이올린 음악과 코텍의 연주에 깊이 매료돼 그로부터 사흘 뒤에 당장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작곡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차이코프스키는 창작의 기쁨에 흠뻑 도취되어 있었다. 그는 단 25일 만에 초고속의 스피드로 이 협주곡의 작곡을 마쳤는데 당시 그가 얼마나 의욕에 불타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그는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피아노 협주곡으로 크게 상심한 적이 있어 이번 바이올린 협주곡만큼은 그런 비평을 피하기 위해 바이올니스트 코텍의 충고에 열심히 귀 기울이며 작곡에 몰두하였다. 드디어 완성되자 코텍에게 초연을 부탁하였으나 자신은 그럴만한 자격이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는 당대 바이올린 `음악의 신'으로 추앙되고 있었던 거장 레오폴트 아우어에게 헌정하였다. 그러나 아우어는 “당신이 이 작품을 바이올린에 맞게 고치지 않는 한 그대로 연주할 수는 없다”며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그 후 이 곡은 몇 년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1881년 빈의 아돌프 브로즈키의 바이올린 솔로와 빈 필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그러나 그 날 오케스트라와 단 한 번의 리허설로 악보가 익숙지 않았던 단원들은 소극적이고 자신 없는 연주로 독주자와도 앙상블이 삐걱거렸다. 결국 비평가들은 “야만스럽고 불쾌한 음악”, “황당한 러시아 니힐리즘”이라고 혹평하였다. 그러나 초연자 브로즈키는 이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곡을 모스코바, 독일, 미국 등의 연주 여행에서 계속 연주를 하였고 결국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게 되면서 바이올리니스트의 필수 레퍼토리로 정착되었다. 아우어마저도 몇 년 후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연주를 하였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지닌 장점이라면 감미롭고 서정적인 선율로 가득해서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음색과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난해한 기교로 가득 찬 제1악장 allegro moderato에서도 두 개의 주제만큼은 매혹적인 서정성을 풍기고 있기 때문에 솔로 바이올린의 노래하는 듯한 특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특히 가장 나중에 작곡된 제2악장 안단테 칸초네타의 흐느끼는 듯한 주제는 지금도 어느 서정적인 곡보다 뛰어난 일품이다.
마지막 피날레 제3악장 allegro vivace는 러시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활발한 음악으로 첫 주제는 민속 음악적인 요소에서 온 것으로 러시아 민속 춤곡을 연상시킨다. 두 번째 주제 역시 민속적인 색채가 있지만 여기에 집시 풍의 요소도 끼어 더욱 이국적으로 채색된다.

■들을만한 음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Vn), 노먼 델마(지휘), 로얄필(1960, EMI) ; 하이페츠(Vn), 프리츠 라이너(지휘), 보스턴심포니(1962, RCA); 레오니드 코간(Vn), 로제드빈스키(지휘)(1967, EMI); 크리스천 페라스(Vn),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필(1974, DG); 정경화(Vn),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심포니(1971, DECCA) 카라얀(지휘), 베를린필(1974, DG); 정경화(Vn),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심포니(1971, DECCA)
ㅡ <의사신문>에서
글)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경화(Vn)
https://youtu.be/-Jtzq55kcQI?si=nIX_eBgRnxuDs80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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