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오빠의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들 2013. 1. 2. 18:41 Posted by 문촌수기

어느 작은 오빠의 사랑 이야기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9/19/2004 12:08 am
어느 작은 오빠의 사랑 이야기

가을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소슬하네요.
이제 추분도 지나고 동면할 벌레들이 흙으로 창을 막으며 겨울나기 준비에 분주해졌습니다. 지난 여름 유난히도 무덥고 비도 많이 내린 변덕스런 날씨에 무척이나 짜증도 났습니다. 이런 여름날 나는 그야말로 청량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여름 갈증을 풀려고 슈퍼 마켓을 찾았습니다.
음료수를 하나 사들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귀여운 꼬마 오누이 손님이 찾아왔어요.
한 다섯살 쯤 되어보이는 오빠랑 세살 쯤 되어보이는 누이가 딸랑딸랑한 걸음걸이로 들어왔어요. 뭔가 기대에 부풀어 신나는 일이 있는 듯 기쁜 모습이어서 잠시 아이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지켜만 보아도 가슴이 울렁거리며 행복해져요.
오빠 한 손에는 천원짜리 지폐가 들여있고, 다른 한 손에는 예쁜 누이의 꼬막 손이 들어있고 그렇게 다정하게 손을 잡고 슈퍼에 들어왔습니다.
까치발로 아이스크림 박스 앞에 붙어서서 아이스크림을 뒤지다 먼저 꺼낸 아이스크림을 누이에게 주고 오빠도 한손에 똑같이 생긴 아이스크림을 집어내었습니다.
나는 음료수 계산도 않고 그 아름답고 귀여운 장면만 보고 있다가 어린 오빠가 먼저 계산할 수 있도록 양보를 했지요. 그런데 그때 "삐이------"하는 어린 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오빠가 계산대로 가는 사이에 어린 누이가 아이스크림 봉지를 까다가 그만 홀라당 껍질이 벗겨지면서 아이스크림을 땅바닥에 떨어트렸나봐요.
얼마나 슬펐겠어요. 어른들에게는 한갓 아무렇지 않은 하나의 아이스크림일련지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그 순간 최고의 행복이었던 아이스크림이지 않겠어요?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 누이를 바라보며 오빠는 잠시 어쩔 몰라 하다가 자기 손의 아이스크림을 봉지를 까서 누이 손에 집혀주고는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줏어서 손으로 한두번 문지르고 입으로 한두번 핥아 흙먼지를 털고 입에 넣었습니다.
그제서야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세살박이 누이는 눈가에 눈물방울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입가에 '방긋'한 웃음을 띠며 아이스크림을 빨아먹으며 자기만치 어린 오빠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이었습니다. 후덥지건하고 짜증나는 더위는 오누이 손에 들려진 아이스크림처럼 싹 식어버렸습니다.
오빠의 사랑!
오빠의 누이에 대한 사랑 또한 어버이의 자식에 대한 사랑만치나 거룩한가 봅니다.

그 오누이 뿐만 아니고 이세상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행복해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없고 아픔없고 헤어짐도 없이 영원히 영원히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2000. 9. 28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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