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에 담긴 홍시감을 먹으면서......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9/19/2004 12:09 am
쟁반에 담긴 홍시감을 먹으면서......

저녁 늦게 집으로 들어왔어요.
씻고 나온 나에게 아내가 쟁반위에 말랑말랑한 홍시감을 내놓았습니다.
참으로 먹음직하여 꼭지를 따고 잠자리 날개보다 더 얇은 껍질을 조심조심 살짝이 벗겨 먹는데 옛시조가 생각났어요.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우고 외운 시조 - 조홍시가 (早紅歌)- '일찍익은 감 노래' 조선시대 17세기에 살았던 박인로 (朴仁老, 1561-1642) 선비가 지었다는 노래지요.

"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

박인로 선비께서 한음 이덕형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친구의 부인이 접대로 감을 내놓았습니다. 소반위에 담긴 감을 보고서 그옛날 어린 육적이 엄마 드릴 생각으로 유자귤을 품은 것처럼 자기도 소반 위에 담긴 감을 품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감을 가슴에 품어 간 들 그 감을 맛있게 드실 어머님이 아니 계시니... 그것을 슬퍼하며 읊은 시조입니다.

중국 오나라의 육적이, 6세 때에 원술의 집에서 놀러 갔는데 친구의 모친께서 접대로 내놓은 유자귤 세 개를 슬그머니 품안에 숨겨 나오다가 발각이 되었답니다. 어린 육적이지만 얼마나 낯이 뜨겁고 부끄러웠겠습니까? 친구의 모친께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이렇게 맛있는 귤을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리고 싶어서 그랬다고 대답하였답니다. 어린 소년의 어머니를 생각하는 효성이 모두를 감동시켰습니다.
그래서 '육적이 귤을 품었다'는 육적회귤(陸績懷橘)의 고사성어가 생기게 되었답니다.

박인로 선비의 조홍시가는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라는 옛글귀를 연상케하는 시조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이 읽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하며 눈시울을 적시게 합니다.

아내가 내놓은 감을 먹으며 나는 왜 어머니를 생각치 않고 박인로를 생각하고 육적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아직 어머니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인가요? 이제사 이글을 써면서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살아 계실적에 잘해드려야 하는데......매냥 바쁘다며 하루하루를 책장 넘기듯 쉽게 넘겨갑니다. 또 내일 내일하면서.

어머니는 지금쯤 주무시겠지? "엄마, 잘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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