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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

엄마가 뭐 착해?

by 문촌수기 2013. 1. 2.

엄마가 뭐 착해?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9/19/2004 12:04 am
엄마가 뭐 착해?

김포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잠실로 가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한강을 바라 보노라면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워집니다. 이렇게 넓은 강이 이렇게 큰 도시 한 가운데를 흐르며 이세상에서 제일 바쁘게 살아가는 서울사람들을 위해 위로합니다. 흐르는 듯 마는 듯 한가롭고 말없이 달래주며 가르치는 모습은 마치 성인(聖人)을 닮은 것 같습니다. '성인은 처무위지사(處無爲之事)하고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 한다'는데... 한강이 그러합니다.

버스안은 한강처럼 조용합니다. 여행에 지쳐 잠을 청하는 사람. 신문을 읽는 사람. 그리고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사람.
내 옆칸의 앞좌석에는 귀부인과 공주님이 즐거이 담소를 나눕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부잣집 마나님과 드레스를 예쁘게 꾸며 입힌 어린 따님이 다정스럽게 보입니다.
글쎄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지 난데 없이 어린 따님이 엄마께 여쭙니다.

"엄마, 엄마,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그야 우리 공주님이지."

"그럼 엄마!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착하지?"

"흠 - ---. 그야 엄마지."

다정한 모녀의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참 행복해 보였지요. 그러나 여기서 그쳐야 되는데. 사건이 터졌어요. 어린 공주님이 그만 이렇게 말하는게 아니예요?

"에에 . 엄마가 뭐 착해? 친구들이랑 맨날 고도리만 치면서.................."

우아, 이를 어쩌면 좋아요. 나른하고 포근한 버스 안에 갑자기 긴장에 감돌기 시작하고 소름이 끼치게 시작하고, 어딘가에서 '끽끽'거리는 웃음이 새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 정말 내얼굴이 화끈거리며 민망하기 짝이 없더라구요. 이 마나님을 어쩌면 좋아요?

올림픽 도로를 빠져 나온 버스가 제일 먼저 세우는 정류장에 마나님과 공주님만 내렸어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는지 난 몰라요.

그러게 내가 말합니다. 설령 어느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손가락 받는다 할지라도 자기 자식에게 만큼은 존경을 받는 부모가 되라고. 항시 내게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때 그 철없는 따님이 이렇게 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맞아아.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착해.
엄마는 요리도 잘하시고. 책도 읽어주시고. 항시 웃고. 강아지도 예쁘해주지. 그치?"

자식으로부터 존경받는 어버이가 되도록 해야합니다.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잔소리나 하는 어버이가 되지 말고, 성인이 그러하듯이 한강이 그러하듯이 '말없은 가르침을 스스로 행하는'(행불언지교) 어버이가 되어야 되겠습니다. 먼저 바른 것을 솔선수범할 적에 말하지 아니하여도 자식이 보고 배울 것이며 자식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존경받는 어버이가 되십시다.

2000. 9. 30 황보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