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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

BAC,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by 문촌수기 2024. 11. 29.

나의 최애청곡!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을 듣는다. 흔히들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이나 '전원'처럼 이름이 있는 클래식곡들을 명곡이라 여기며 애청하지만, 나에게는 이름없는 곡들에서도 최애명곡들이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이 그렇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322회 정기연주회
'가렛 키스트와 차이콥스키'

2024 ‘지휘자와 작곡가’ 시리즈
10명의 지휘자가 조명하는 위대한 작곡가들!

가렛 키스트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으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비극과 숙명을 말하는 이 작품은 지난날을 회고하며 우울에 잠겨있지만 끝내 먹구름 사이로 빛줄기가 드리우는 희망을 암시한다. 한 인물의 일생을 조감하듯 베버의 오베론 서곡과 박규민 협연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은 선이 강하고 풍부한 선율로 아득한 서사를 풀어낸다.

지휘 가렛 키스트(Garrett Keast)
협연 바이올린 박규민
연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프로그램
■ 베버, 오베론 서곡
C.M.v.Weber, Oberon Overture J.306

https://youtu.be/LI4slVTrQh8?si=TPyu1TwmKvEEqvVF

오페라 '마탄의 사수'로 성공을 거둔 베버는 1826년에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의 작품 '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에 등장하는 요정 나라의 왕과 왕비를 소재로 한 독일 시인 크리스토프(Christoph Martin Wieland)의 서사시 '오베론 (Oberon)'에서 영감을 받아 오페라 '오베론'을 작곡했다. 이 작품은 3막으로 구성되어 있 으며, 동화 속 마왕 오베론이 왕비 타티아나와 싸운 후, "어떤 시련이나 유혹도 이겨낼 수 있는 상대를 찾기 전까지는 화해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많은 고난을 겪은 끝에, 오베론과 타티아나는 서로 화해하며 작품이 마무리된다.
'오베론'은 바그너가 추구한 음악극의 개념을 미리 보여준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베버는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영국 대본 작가와의 갈등, 그리고 의뢰인으로부터 작 곡료를 받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도 그는 인내심을 발휘해 15개월 만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오베론'은 극적인 효과, 회화적인 자연 묘사, 색채감 넘치는 관현악, 그리고 대담한 반음계 사용으로 주목받는 작품이었다. 최근에는 전막 공연이 드물지만, 서곡은 널리 연주되어 오페라 원작의 매력을 전한다. 오베론 서곡은 요정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각각 독특한 악기 음향으로 묘사한다. 마법의 뿔피리를 연상시키는 호른으로 서곡이 시작되며, 상쾌한 현악 합주가 신비로운 요정 세계를, 강렬하고 리듬감 넘치는 관현악이 인간 세계를 표현한다. 또한 베버 특유의 목관악기 배합이 요정의 날갯짓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 다. 마지막에 어우러지는 경쾌하고 강렬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오페라 전체의 해피엔딩을 예견하게 해 준다.

■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바이올린 박규민)

M.Bruch, Violin Concerto No.1 g minor op.26
I. Vorspiel: Allegro moderato
II. Adagio
III. Finale: Allegro energico
브루흐는 19세의 나이에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의 연주회에서 깊은 감 명을 받으며 영감을 얻었다. 젊은 브루흐는 이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자신의 모든 재능을 쏟아부을 작품을 작곡하기로 마음먹었고, 9년의 세월에 걸쳐 마침내 이 협주곡을 완성하게 된다. 브루흐가 28세의 나이에 작곡한 이 곡은 그의 음악적 세계 를 뚜렷이 드러내며, 낭만적인 정서가 곡 전체를 은은히 감싸고 있다. 이처럼 애수에 젖은 듯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는 브루흐 음악만이 지닌 독특한 매력이다. 그는 음악의 친화력이 아름다운 멜로디에서 비롯된다고 믿었으며, 이 곡은 그러한 신념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다. 1866년에 초연되었지만, 요아힘의 조언을 받아들여 1868년에 개정된 판본이 탄생했고, 브레멘에서 요아힘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감상하는 이 곡은 바로 그 개정판이다.

1. Prelude: Allegro moderato
이 악장은 곡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협주곡 형식보다 자유롭게 구성된 이 악장은 독주 바이올린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기교를 요구한다. 오케스트라가 조용한 서주부를 연주한 후, 독주 바이올린이 자유롭고 열정적인 멜로디를 시작한다. 이어서 독주 바이올린의 화려하고 힘찬 주제가 연주되고, 그 뒤로 또 다른 주제가 전개된 다. 이후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은 하나의 동기를 교대로 연주하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키고, 마지막으로 조용하고 아련하게 마무리된다.

II. Adagio
이 악장은 세 가지 주제로 전개되며, 꿈을 꾸는 듯한 은은한 선율과 비단결 같은 고혹적이고 매혹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깊은 서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독주 바이올린이 이끄는 선율은 탁월한 명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 협주곡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III. Finale: Allegro energico
경쾌한 리듬의 행진곡풍이 특징인 이 악장은, 오케스트라 합주의 화음에 맞춰 첫 번째 주 제의 일부가 현악군과 목관악기에 의해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어서 독주 바이올린은 정열 적이고 강렬한 집시풍의 선율과 리듬으로 주제를 연주한다. 독주 바이올린이 또 다른 주 제를 선보이며, 흥겨움과 장엄함이 어우러진 관현악과 독주 바이올린의 조화가 독특하게 전개된다. 마침내 이 모든 요소가 모여 화려한 절정에 이른다.

바이올린 클라라 주미 강
https://youtu.be/EmlmbleF6Ow?si=vQy1tq-5XCHNVtf8

인터미션 시간

Intermission

■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P.I.Tchaikovsky, Symphony No.5 e minor op.64 TH29
I. Andante - Allegro con anima
II. Andante cantabile con alcuna licenza
III. Valse: Allegro moderato
IV. Finale: Andante maestoso-Allegro vivace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
https://youtu.be/Sm4JaV6Xz0M?si=yC8IPLsIZ-ESLP4O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P.I. Tchaikovsky, Symphony No.5 e minor op.64 TH29
"교향곡을 완성했다. 내가 그 작품을 망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P.I.Tchaikovsky

교향곡 제5번은 차이콥스키가 제4번 교향곡을 발표한지 11년 후, 1888년 5월부터 8월 사이에 작곡된 작품이다. 차이콥스키는 이 11년 동안 여러 작품을 작곡하며 성공한 음악가로 자리매김했고, 서유럽을 여행하며 당대의 유명한 작곡가들과 교류했다. 그는 유럽에 서 지휘자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새로운 교향곡 창작에 몰두했고, 그 결과가 바로 교향곡 제5번이다. 이 작품은 1888년 11월, 상트페테르 부르크에서 차이콥스키가 직접 지휘하며 초연되었고, 그의 스승 테오도르 아베-랄레멘트 (Theodor Avé-Lallemant)에게 헌정되었다. 교향곡 제5번은 차이콥스키의 6개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변화가 많고 열정적인 곡으로, 순수 음악 형식을 취하면서도 표제적인 요 소가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차이콥스키의 독특한 선율적 아름다움과 정교한 구성, 그리 고 관현악의 화려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 Andante - Allegro con anima
이 악장은 서주가 붙은 소나타 형식으로, 도입부에서 유명한 주제가 등장한다. 저음의 클라 리넷이 이끄는 이 주제는 '운명의 동기'라고 불리며, 모든 악장에서 반복되면서 각 악장의 주제들과 대조를 이루고 전체 교향곡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차이콥스키는 이 주제를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섭리에 대한 완전한 복종"으로 묘사한 바 있다.

II. Andante cantabile con alcuna licenza
두 번째 악장은 5/4박자로, 러시아 민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혼합 박자의 세도막 형식 춤곡 이다. 호른 솔로로 시작되는 주선율은 호른의 음색을 살린 감미롭고 호소력 있는 멜로디로 유명하다. 이어서 오보에가 호른과 함께 연주하며 더욱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 악장이 끝 날 때까지 다양한 악기들이 이 주제를 변형해 유려한 연주를 보여주는데, 연주 중에 트럼펫 과 트롬본이 중심이 되어 1악장의 '운명의 동기'를 관악기들과 함께 연주하여 감성적이면서 애잔한 분위기를 끊어놓지만, 마지막은 애수가 서린 선율로 끝을 맺는다.

III. Valse: Allegro moderato
일반적으로 교향곡의 3악장에는 미뉴에트나 스케르초가 사용되지만, 차이콥스키는 제5번 교향곡에서 왈츠를 도입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악장은 차이콥스키 특유의 선율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며, 우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 낌의 왈츠와 중간부의 빠른 16분음표로 진행되는 발레 음악적인 요소들이 참신하게 대비 된다.

IV. Finale: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마지막 악장은 1악장에서 어두운 단조로 연주되었던 '운명의 동기' 주제를 장조로 바꾸어 장엄하게 시작하며, 점차 화려한 승리감에 도달하는 웅대한 기상을 표현한다. 제1악장의 주요 동기가 장조로 변형되어 현악기와 관악기들이 함께 연주하며, 저음부의 묵직한 연 주와 팀파니의 연타가 격정적인 감정을 한껏 끌어올린다. 목관 악기들이 희망적인 주제를 연주하고, 먼저 나왔던 주제와 조화를 이루며 씩씩한 행진곡 분위기로 희열에 찬 대단원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환호하는 커튼콜에 응대하여 지휘자는 헝가리무곡 6번을 들려드린다며 지휘봉을 다시 들었다.

헝가리무곡 6번 -부천필.mp3
2.7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