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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커피그림이야기

이제 웃음이 된 '섬집아기'

by 문촌수기 2025. 1. 15.

차마 부르지 못하는 자장가가 있었다. 결코 부를 수 없는 동요가 있었다.
'섬집아기'
이 노래를 부르면 아내가 슬퍼한다. 어디서 이 노래가 들려와도 눈물을 짓는다. 아내도 나도 애써 이 노래만은 피한다.
먼저 간 아이에게 많이 불러줬던 자장가였다. 아이와 아이의 이름과 함께 같이 묻어야만 했던 노래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다.
세월이 약인지 몰라도 마음의 파인 자리가 서서히 메꿔지고, 잊어야 살 수 있기에 억지로 잊었다. 잊으려하니 잊혀졌다. 잊혀지다보니 이제 다시 들을 수 있고, 부를 수 있었다.
'섬집아기'

손녀가 찾아 왔다.
하느님이 보내주신 생명이다.
갓난 아기때 한 동안 산후조리하는 제 어미와 함께 할머니 손에서 보살핌을 받았다. 할아버지 손에도 안겨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들었고, 얼래면서 불러줬던 '섬집아기'를 들으며 잠들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자장가 제1호가 되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여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

이제 두돌을 지나 세살이 되어간다. 손에 앉고 재우기는 힘들만큼 자랐다. 제법 말도 나름 잘한다. 허허허.
할아버지 할머니 사이에 눕혀 재우기 위해 불을 끄고 토닥이며 '자장가 불러줄게'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
"엄마가 섬 그늘에는, 말고" 라 한다. 그 말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웃음보가 터졌다. 얼마나 많이 들었으면?

이제부터 이 노래는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되었다. 손녀를 재우면서 다시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오늘 마침, 유투브로 독일에서 온 합창단의 '섬집아기'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다가 웃음이 터졌다.

독일 합창단이 부르는 한국 동요 ‘섬집아기’ 풀버전 | 한화클래식 2024 - https://youtube.com/watch?v=Z64II_mKg3Q&si=v-WPm9c_fSToejzr

‘섬집 아기’의 가사는 한국전쟁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한인현씨가 지은 시다.
부산에서 피난살이를 하던 그는 어느날 부산 앞바다의 작은 섬에 갔다가 오두막에서 홀로 잠든 아이를 보았다고 한다. 어린아이를 남겨두고 일을 나가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과 엄마를 기다리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을 아기의 마음을 모두 끌어안아 쓴 가사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