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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

울엄마와 족제비

by 문촌수기 2013. 1. 2.

울엄마와 족제비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10/16/2004 09:02 pm

3 여년 전, 아부지를 먼저 보내시고홀로되신 엄마는 밭에서 일하실 때가 세상 시름 다 잊을 수 있어좋다하십니다. 칠순을 넘겨 몸도 편치 못하신데 밭일이 가장 좋다십니다. 효도하려 애를 쓰도 우리 어무이는 시름이 더 큰가 봅니다.
초저녁 진지 홀로 챙겨드시고는너무 외로워서인가요,너무 심심하신가요 일찍이 주무십니다. 때론 TV도 켜놓고 그냥 엎드려주무시기도 합니다.지금쯤 전화를 드리면 주무시다 깨어나십니다. 그러면 괜히 잠만 깨우고 시름만 더해드릴까봐 전화드리기도 주저됩니다.
추석을 새고 어제 또 엄마에게 갔습니다.울 엄마가 얘기 하십니다.

"아이고, 고놈에 족제비가 밭을 다 삐데고 댕겨싸서 미워 죽겠디만,그래도 내 한테는 마아 그 놈이 친구다. 허허, 어제는덩치가쪼매탄 족제비가 지만탄 쥐를 물고 가더니만, 무거봤는가베, 고걸 길 바닥에 놓고 쉬면서라 나를빤히 쳐다보는거 아이가.
내가 "아이고 무겁제? 쉬어 가는가베" 카이, 지가 놀라가지고 또 물고 도망가디만 풀 섶에 내라 놓고 또 빤히 쳐다보는거 아이가. "그래 고맙다. 니가 쥐도 잡아주고....또 온나라이" 카이, 또 놀라서 쥐를 물고 도망을 가대. 허허."

엄마는 어제 본 족제비가 사랑스럽고그리운 듯한 눈빛으로 웃으시며 얘기 하십니다.

자꾸만 그 때의 족제비와 엄마의 모습을 그려집니다.깨끗하고 욕심없는촌로(村老)와 귀여운 족제비의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그러나 슬픔이 더 크게 밀려옵니다. 울 엄마는 자식이 그립고 손주가 그리운데 얼마나 외로우시면 족제비와 친구되길 바라며 또 오너라 하셨을까요?

난 보진 못했지만 족제비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니 울 어무이 밭에 자주가서 장난도 치고 재롱도 피우며 울 엄마랑 말 상대도 자주해주라. 자꾸 도망치지 말고. 내 내려가면 니 한텐 맛있는 것 사줄께. 니가 울 어무이 한테 효도하는구나. 고맙다."

엄마는 늘 외롭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시름이 하나씩 더해 갑니다. (갑신년 시월 십육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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