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구하는 일에나 전념하소.
포항시 오천에 가면 오어사가 있다. 오어사! 절 이름이 재미있다.
나 '오(吾)', 고기 '어(魚)', 절 '사(寺)', 곧 '내 물고기'라는 오어사는 일찍이 신라 4대 聖人이라 불리는 자장율사, 원효대사, 혜공대사, 의상대사가 함께 머물러 수도했던 곳으로 특히 원효대사와 혜공대사의 재미있는 설화가 서려 있는 곳이다. 오어사는 신라26대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세운 절로 원래 이름은 항사사(恒沙寺)였는데 오어사로 개명된 데 대해서는 원효와 혜공의 일화가 전해진다.
삼국유사 제4권 [의해편]에 나타난 오어사는 고승 혜공의 흥미진진한 행적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날 원효가 당나라에 유학 가기 위하여 운제산 계곡에서 원효암이라는 초가를 짓고, 불철주야 열심히 정진하던 차에 혜공선사는 중국에서 부처님의 전업을 이어받은 인가를 받아와서 70명의 대중을 공부를 시키고 오어사에 주석하였다.
하루는 두 사람이 운제산 계곡 맥반석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정진하던 중 혜공이 마음이 동하여 원효에게 물었다.
"자네가중국에 가서 인가를 받아 오려면 부처님의 대법을 이을 수 있는 신통한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법력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세"
"그럼 무엇이든지 법력을 겨루어보세"
원효가 대답하니명경지수가 흐르는 계곡에 산고기가 노니는데 그 고기를 한 마리씩 산채로 삼키고바위 끝에 앉아 대변을 봐서 산채로 고기가 나오면 이기는 걸로 했다. 그리고는 팔을 걷어 부치고 계곡에 뛰어들어가 서로 한 마리씩 고기를 나누어 삼켰는데 두 마리 고기중 한 마리는 죽어서 나오고다른 한 마리는 살아서 활기차게 상류로 올라갔다. 그 산 고기를 보고 대사는서로 떠밀며"저 고기가 내 고기야" 라고 하였다.'나 오(吾)고기 어(魚)'라는 말에서 오어사가 유래하였다한다.
부처님 오신 날 준비로 분주한 저녁의 절 마당에서 스님 한 분을 만나 합장 인사드리고 여쭈었다.
"저는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사상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윤리교사입니다. 마침 원효스님을 찾아오다가 이곳까지 들렀는데, 이 오어사에는 원효스님과 혜공선사께서 물고기를 삼켰다가 변을 보면서 살려냈다는 전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 스님께서 그런 신통을 부렸을 적에 이 오어사가 있었습니까? 신통을 부린 후세에 오어사가 생겼습니까?"
내가 만난 스님들은 항시 친절하셨는데 오어사의 스님은 퉁명스럽게 대답하신다.
"고런 신통부리는 이야길랑 선상님만 아시고 아~들한테는 갈치지 마소. 어린 아~들이 스님들은 요술이나 부리는 사람으로 알 꺼 아닝교? 요술 같은 이야길랑 집어 치아뿌고 그저 자기 마음 구하는 일에나 전념토록 갈치소!"
무안을 당해 얼굴이 달아올랐다.'고얀 스님일세' 속내를 들어낼 수도 없었다. 그러나 듣자하니 그 말씀이 백 번 옳았다. (2001년 5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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