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ᆞ지금ᆞ여기 ㅡ 삼간일체

이런저런 이야기 2016. 8. 1. 11:45 Posted by 문촌수기

♢인간, 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나는 늘 이 말을 의심했다. 이런 되먹지도 않은?!
"존재하니 생각할 수 있지!  어떻게 생각하니 존재한다는 거야?"
그러나 나는 고교 학창시절. 이 말을 패러디하여 친구에게 궤변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나는 우주를 생각한다. 고로 우주는 내 안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주보다 크다."   뭐 이런 시건방진 !?
우주(공간)든 역사(시간)든 인류(인간)든, 어쨌거나 내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고타마 싯다르타는 이 세상에 오면서 최초의 일갈이"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며 사자후를 울렸다.
나를 구하지 않고서는 그 어느 누구도 구할 수 없다. 나를 먼저 구하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시간, 지금
대학 입학하여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할 적에 다행인지 이 나라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많이 아파하고 있었다.
송 교수님은 강의를 시작할 적 마다 늘 안주머니에서 소중하게 갖고 온 종이  한장을 펼치며 시를 읽어주신다.
어느 날 들려주신 시에서 큰 감흥이 일어났다. 내 인생에 참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지금 하십시오  ㅡ 로버트 해리

할 일이 떠오르거든 지금 하십시오.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덮칠지도 모릅니다.
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십시요.

친절한 말 한마디 생각나거든
지금 말하십시오.
내일은 당신의 것이 안 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
해주고 싶은 사랑의 말이 있다면
지금 하십시오.
ᆞᆞᆞᆞ​"
이 날 이후에 내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일은 내일되면 또 내일로 물러나 있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간절히 구하거나 애쓰지 않았는데도 내게 주어진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다시 아이들이 나를 깜짝 놀라게했다. 각자의 묘비명을 작성하고 쪽매에 새겨 모둠 친구들과 쪽매맞춤을 한 다음 디자인하고 일언명구로 의미를 붙여보기로 했다.
여기에 한모둠 아이들이 걸작을 만들어 냈다.
"Present is present."(현재는 선물이다.)

■공간, 여기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여기보다 나은 거기는 없다."
(There is no better than here.)
무릎을 치게 하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 늘 자기 발 아래 세잎 클로버를 밟고 다니면서,  네잎 클로버를 찾느라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으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세잎클로버의 꽃 말이 '행복'이며, 네잎 클로버는 '행운'이란다. 행복(happiness)는 '지금 여기에' 우연히 일어난 (happen) 일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의미를 부여하면 행복으로 다가온다.
김춘수의 '꽃'과 같다. 의미 부여란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된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일상사의 소소한 일들에 긍정과 희망의 의미를 붙일 때 내 삶은 행복하고 아름다워진다.
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니 쬐던 불이 따시데이" 내 자리에 불만 갖고, 남의 자리 부러워하며 함부로 자리를 옮겨 다니지 말라는 말씀이다.
나ᆞ지금ᆞ여기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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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선향 2016.08.31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공감가는 글이네요
    수석님이 교육현장에 계시다는 사실이 감사할뿐입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아름다운교육을 해주시는 분이 제곁에 계시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