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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찾아서

(18) 마음 밖에서 무얼 구하랴?

by 문촌수기 2013. 1. 1.
마음 -(18)마음 밖에서 무얼 구하랴?

일심화쟁, 원융회통 (一心和諍 圓融會通).
'한 마음의 차원에서 여러 종파의 쟁론을 화합하고, 원만하고 막힘이 없이 만나고 통한다'는 화쟁사상을 통하여 한국불교의 통일사상 전통을 확립하신 위대한 스승이 바로 원효스님이십니다.

당나라로 유학의 길을 떠나기 위해 원효스님은 의상스님과 함께 서해안의 바다에서 배를 기다렸습니다. 해는 저무는데 기다리는 배는 오지 않고 대신에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비를 피하고 하룻밤 등 붙일 곳을 찾아 두스님은 토굴을 발견하고 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깨어난 두 스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 굴은 안에 해골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바로 집단 무덤이었습니다. 폭풍우가 계속 휘몰아치니 달리 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그 무덤에서 다시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날밤의 달콤한 잠자리는 간데 없고 온갖 번뇌망상이 머리를 어지럽혀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습니다.
원효스님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제와 오늘 같은 잠자리건만 어제는 어찌하여 편하였고, 오늘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불편한가? 이는 무슨 까닭일까.....무슨 까닭일까? ........ 그래 그렇구나. 화엄경에서 말하던 바로 그 말이구나. '일체(一切)는 유심조(唯心造)라' 바로 그 말이구나."

첫날은 무덤인지를 모르고 잠을 잤으니 편하였지만, 이튿날은 무덤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잠자리가 불편하였습니다. 편하고 불편한 까닭은 바로 무덤 탓이 아니라 바로 마음 탓이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원효는 '세상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 것이다' 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깨달은 원효스님은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心生卽 種種法生(심생즉종종법생)
心滅卽 龕墳不二(심멸즉감분불이)
三界唯心 萬法唯識(삼계유심 만법유식)
心外無法 胡用別求(심외무법 호용별구)

마음이 일어나니 곧 여러 법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니 토굴과 무덤이 다르지 않네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만법이 오직 앎에 의지하네.
마음밖에 진리 없는데, 어찌 마음 밖에서 구할 것인가!

그리하여 원효스님은 진리를 구하고자 먼길 당나라로 떠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자기 마음을 구하고자 전념하였습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도 님이 변한 까닭이 아니라 내 마음이 변한 까닭이며 행복하고 불행한 것도 물질이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자리를 달래는 길입니다. 마음 잘못 먹으면 천국도 지옥이 되고 마음 고쳐먹으면 지옥도 천국이 됩니다. 이 마음 저 마음 모두 비우면 사랑과 미움이 하나이고 행불행이 하나이며 천국과 지옥도 하나랍니다. 문제는 이 마음자리를 어떻게 달래는가 입니다.

2002년 05월 12일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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