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 (17)움직이는 것은 마음일세.
더벅머리의 오랑캐 혜능은 오랫동안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를 인가해준 홍인스님(602-675)이 죽은 이후에도 임야에 묻혀 은둔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때가 이르렀음을 알고 제 모습을 드러내니 그의 나의 서른 아홉, 서기 676년이었습니다. 중국 광주 법성사(廣州 法性寺)에 주지 인종법사(印宗法師)께서 절마당에 자리를 펼치고 대중들에게 강론을 하고 계셨는데 그 마당 뒷자리에 혜능이 개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듣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절 마당의 장대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주지스님께서는 대중들에게 무엇이 움직이는 것인가를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몇몇 스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건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허허 그것이 어찌 바람이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지."
"그러나 바람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깃발이 어찌 펄럭이겠습니까? 그러니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 맞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하나 둘씩 끼어들고 편이 갈라져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일세."
"바람이 움직이는 것일세."
가관입니다. 주지스님께서도 가만히 그 논쟁을 즐기고 계셨는데, 이때 더벅머리 촌놈 혜능이 한마디 거듭니다.
"不是風動 不是幡動 仁者心動"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오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지요."
대중이 깜짝 놀라며 혜능을 바라보고, 인종법사께서도 법석에서 내려와서 혜능에게 불법(佛法)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세상에는 변하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성품은 변함과 변하지 않음을 넘어서며, 선과 선하지 않음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인종(印宗)법사는 이가 바로 혜능인 줄 알고 여쭙니다.
"그대가 행여 5조 홍인대사에게서 의발을 전해 받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혜능은 그 징표로 수많은 대중 앞에 달마대사의 의발(衣鉢)을 펼쳐 보입니다. 이에 법사와 수많은 대중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육조 혜능께 머리 숙여 절을 올립니다. 혜능은 인종법사에게서 머리를 깎고 스님으로 데뷔를 합니다. 참으로 멋진 데뷔 아닙니까? 그리하여 중국의 선 불교는 화려하게 꽃피우게 됩니다.
혜능스님을 가리켜 일명 '육조 조계(六祖曹溪)'라 합니다. 이는 제6조인 혜능(慧能)대사가 주석하였던 보림사(寶林寺)가 광동성 곡강현의 조계산(曹溪山)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불교 종단인 조계종도 혜능스님의 선풍을 계승하기 위한 바람이며, 고려 말의 보조국사 지눌스님께서 정혜결사 도량인 수선사(지금의 전남 승주군 송광사)가 있는 산을 조계산이라 명명한 것도 또한 이 까닭입니다.
아주 어릴 적에 불렀던 동요가 새삼 흥얼거려집니다.
'태극기가 바람이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대체 무엇이 펄럭인단 말입니까? 다시 한 번 물어봅니다.
움직이는 것은 바람입니까? 태극깁니까?
뭐라 굽쇼? 마음이라 굽쇼?
허허! 모든 게 다 마음이랍니다. 모두 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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