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
국립공원 변산반도의 내소사(來蘇寺)를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찾았습니다.
너무나 얌전하여 한편의 흑백사진과도 같은 평온한 변산의 서해갯벌을 이리저리 굽이굽이 바라보면서 좋은 길을 좋은 친구와 함께 여행하는 기쁨을 만끽하였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내소사는 믿음직한 능가산에 안겨있어 제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내소사로 들어가는 일주문과 500여 미터에 이르는 긴 전나무 숲 진입로 그리고 부도전의 탄허스님 비문, 작은 연못의 가련한 연꽃, 경내의 키 큰 보리수, 단층 없는 대웅전 공포(貢包) 그리고 꽃무늬 창살, 소박한 3층 석탑, 말 없는 무설당(無說堂)..... 그렇게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번잡하지도 않으며, 다소곳이 수줍어하는 시골의 낭자 같은 내소사를 스님들 세계에서는 '시인의 마을'이라 부른다네요.
탄허 스님의 "생사가 이곳에서 나왔으나 이곳에는 생사가 없다"-生死於是 是無生死-라는 비문은 나 같이 속진(俗塵)에 물든 중생은 아무리 오래 화두참선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길 없을 것 같아 그저 생사(生死)가 나온 그곳에 묻어버리고 나왔습니다.
중생이든 보살이든 생리야 어찌할 도리가 없겠지요.
내소사를 나와 일주문 앞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들렀습니다.
역시 '화장실은 철학(?)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나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내소사 화장실은 나에게 또 하나의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그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깨끗이 사용하란 말이겠지요.
지난 한여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오죽이나 더럽히고 왔습니까? 흔적 남기는 것도 죄가 되는데 감히 쓰레기를 버리고 자기 머문 자리를 더럽혀놓고 떠나왔습니다.
남은 자들과 뒤에 오는 자들에게 당할 무수한 비난은 내 듣지 않으니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비단 쓰레기만 아니겠지요.
내 머물었던 자리를 돌이켜 생각해봅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자리도 돌아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얼마나 내 머문 자리를
깨끗이 보존하고 아름답게 꾸며서
뒤의 사람 남은 사람에게 돌려주었던가?'
어쩜 '아무런 일도 없었던 처럼' 머물다 떠나는 것이 더 아름다운 일인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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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 29일 (11:54)
저도 아무 흔적없이 왔다가 사라지고 싶습니다 그러나 또다른 흔적을 남기려고 무던 애쓰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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