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교직의 삶을 마무리하며 천천히 책꽂이부터 정리한다. 이제 그만, 선생님으로 삶이 아니라 그냥 좀 살아보자.
버릴 책, 나눌 책, 가질 책을 가른다. 참 실없이 많이 가졌다. 아직도 무겁다. 계속 덜어 가야겠다. 비워 가야겠다.
그중, 잡지 한권. 월간 <한글과컴퓨터> 93년 6월 창간호가 눈에 띠어 손에 잡혔다. '그래 이런 시대가 있었지.'
책장을 넘기다, 우리 아기의 생애 첫 연필들기 필기흔적을 찾았다. '이 때면 두살이었구나.'
아빠 무릎 위에 앉아서 색연필을 잡고 아빠 보는 잡지 책 위에 자기를 표현한 흔적이다. 아기는 최선을 다했겠지. 아빠가 한장을 넘겨 읽으니 아기는 또 그리고, 또 그리고. 그렇게 좋아라하며 아빠랑 눈마주치고 웃었겠다.
'아, 행복한 때 였구나.'
여기에 어린 아기가 나랑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