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2 살아 계신 듯이 모셔라.

논어와 놀기 2020. 4. 20. 16:11 Posted by 문촌수기

사는 동네에 세계문화유산 융건릉이 있어 참 좋다. 아내와 자주 들린다. '이보다 더 좋은 공원이 어디있을까?' 여긴다. 이 곳에 들리면 푸른 숲이 속인을 씻기고 편안하게 맞이한다. 갈 적마다 나는 선조들에게 고마워 한다. 나는 정조가 되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찾는다. 그 마음을 지니고 들어가면 더욱 감개무량하다.
먼 발치에서 찾아 오는 아들을 반겨 볼 수 있게 정자각을 왼쪽으로 비켜 배치하였으며, 보다 가깝게 내려 보고자 사초지와 능침영역을 낮췄다. 물론 뒤주에 갇혀 어둡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불쌍히 여겨 환하게 세상을 내려 보시라고 능침을 조성한 아들의 배려였을 것이다.
나는 왕릉에 갈 적마다 신교(神橋)를 찾는다.
정자각 바로 그늘 진 곳에 있다보니 남들은 거의 찾지 않고 지나치더라도 눈 여겨 보지 않는다. 다른 어떤 조성보다 이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들(후손)이 제사를 드리려 올 적에 능침에 계셨던 아버지(선조)는 神의 영역에서 내려와 神橋를 건너셔서 정자각 제단의 신위에 앉으신다. 그 순간부터 돌아가신 아바마마와 살아있는 아들의 만남이 시작된다. 신교는 바로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이어주는 다리이며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이다. 그만치 실감나는 조성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융릉 앞의 상설 배치 안내에도 그런 중요한 神橋 배치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역사를 배우든 제사를 지내든 살아서 만나는 것과 같이 실감나야한다.

03‧12 祭如在, 祭神如神在. 子曰: “吾不與祭, 如不祭.” (제여재 제신여신재)

~(先祖) 제사를 지낼 적에는 (先祖께서) 계신 듯이 하셨으며, 신을 제사지낼 적에는 신이 계신 듯이 하셨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제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과 같다."

He sacrificed to the dead, as if they were present. He sacrificed to the spirits, as if the spirits were present.

제여재 제신여신재

 더하기+
# 다리의 의미
동서를 막론하고 다리는 영역을 나누는 중요한 경계가 분명하다. 금천교는 속계ᆞ인간계에서 신과 인간이 만나는 제향공간으로 진입하는 경계로 속진을 씻어내는 의미를 지닌다. 궁궐 입구에서도 금천교가 있어 비속계와 존엄계를 나눈다.
신교(神橋)는 능침영역과 제향영역을 나누는 경계이자 연결고리가 된다.

융릉의 신교
융릉, 정자각 오른쪽으로 능이 훤하게 열려 보인다.
융릉(사도세자) 상설도
상설도와 해설, 어디에도 신교는 없었다.
융릉 안내도에는 정자각 바로 뒤에 신교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상설도 해설에서는 신교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