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얼굴에 화장하는 이가 어디 있나? 깨끗이 씻고 화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와같이 그림을 그리는 일도 희고 깨끗한 종이를 먼저 마련 뒤의 할 일이다. 사람을 평할 때도 외모보다 마음씨가 바탕이고, 이력 출신 등 스펙보다 성품이 먼저이다. 마음이 고와야 미인이다. 미소(美笑)와 인사(人事)가 미인(美人)의 조건이다.
03‧08 子夏問: “‘巧笑倩兮, 美目盼兮, 素以爲絢兮.’何謂也?” (자하문, 교소천혜, 미목반혜, 소이위현해*, 하위야)
子曰: “繪事後素.” (자왈, 회사후소)**
曰: “禮後乎?” (왈, 예후호?)***
子曰: “起予者商也! 始可與言 詩已矣.” (자왈, 기여자상야, 시가여언 시이의)
~제자 자하 : “(선생님 제가 시를 읽으니) ‘예쁜 웃음에 보조개가 예쁘며, 아름다운 눈에 눈동자가 선명함이여! 흰 비단으로 채색을 한다.’* 이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 자하는 ‘흰 비단으로 채색을 한다.’라고 잘못 해석하였다.)
공자 :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비단[素·소]을 마련한 뒤에 하는 것이다.”**
제자 자하 : “(충신(忠信)보다) 예(禮)가 나중이겠군요.” ***
스승 공자 : “나를 일으키는 자가 바로 자하로구나! 비로소 함께 시를 말할 만하구나.”
The Master said, The Master said, "The business of laying on the colors follows the preparation of the plain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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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 그리기는 흰바탕을 마련한 뒤의 일이다'가 맞는 해석이다. 옛날에는 오늘날 같이 흰 종이가 없었을 것이다. 공자 당시에는 종이도 없었다. 기원전 2세기경의 종이가 중국에서 발굴된 바 있고, 105년경에 중국 후한(後漢)의 채륜(蔡倫)은 최초로 근대의 특징이 될 만한 종이 제작법을 기술하였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자가 언급한 '회사후소'란 '나무 속껍질의 흰 바탕을 마련한 다음에 그림을 그린다'라는 해석이 옳다.
오늘날 흰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는 서양화법에서는 흰색을 맨 나중에 칠하며 명암을 조절하고 사물을 도드라지게 한다. 그래서 회사후소를 '그림 그리기(회사)의 맨 나중 일이 흰색 칠하기(후소)이다.'라고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회화에는 문외한이지만 아래와 같이 가평천 산책길에 벚꽃 수채화를 그려봐도 후자의 말이 그럴 듯하게 이해된다. 그래도 공자님 말씀은 전자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때는 지금이 아니니깐.
만약 전ᆞ후자의 해석이 다 옳다면 시종일여(始終一如)하며, 내외겸전(內外兼全)하라고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하!하!하! 물론, 농담이다. 농담이라해도 모름지기 사람은 그래야 할 것이다.
*** 예후호(禮後乎)?
스승의 '회사후소'라는 수수께끼 같은 답을 듣고서, 제자는'(미인의 얼굴이든, 그림의 채색이든, 행실의 꾸밈이든) "예가 나중이겠군요?"라며 자기 이해를 확인하고자 다시 여쭈었다.
그렇다면 인간 성품과 덕성 중에서 禮보다 앞서는 것은 무엇일까? 인의예지 중에서는 무엇이 우선하는 것일까?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랑ᆞ정의ᆞ예의ᆞ지혜는 사람을 사람답게하는 본성이다. 이들 본성 중에서 어느 것이 우선이라 정하기 어렵다하더라도 <논어>에서 공자님께서 말씀하기를,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예의가 무슨 소용있겠는가?" [人而不仁이면 如禮何인가]라고 하신 걸보면, 무엇보다도 인(仁, 사랑)을 우선으로 꼽으신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최고의 성품이다.
사람은 사랑이요 사랑은 사람이다.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
# 고등학생들과 논어 읽기 인성교육을 하면서 사용한 학습지> 누가 미인일까?
https://munchon.tistory.com/m/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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