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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와 놀기

0224 義를 보고서도 피하면?

by 문촌수기 2020. 4. 20.

과하지욕(胯下之辱)이라는 성어가 있다. <사기>의 '회음후 열전'에 나오는 한신(韓信)의 이야기다. 훗날에 한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대장군이요 초왕이 된 영웅이다. 그러나 젊은 평민의 시절에 한신은 늘 칼을 차고 다니면서도 가난한데다 방종하였다. 키는 큰 데 스스로 벌어 먹지 못하고 하는 일없이 남을 따라 다니며 얻어 먹고 살았다. 사내가 되어 이 모양이니 동네 아낙들에게도 비웃음 거리가 되었다.
그런 한신이 어느 날 장터에서 장똘뱅이 양아치 같은 이에게 잡혀 수모를 당하게 되었다.
"네 놈이 죽기가 두렵지 않다면 네가 차고 다니는 그 칼로 나를 찔러봐라. 죽음이 두렵다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가라."
한신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만 땅 바닥에 엎드려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갔다.
시장 사람들은 모두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한신이 과연 겁쟁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다. 한신이 그렇게 가랑이 아래로 기어가는 치욕을 감내한 것은 의롭지 않는 일에 만용을 부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에게는 훗날의 大業이 있었기에 눈 앞의 치욕을 참아 낸 것이다. 大義를 구하는 사람은 잠시의 치욕에 분하지 않는다. 한신은 겁쟁이가 아니라,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大勇은 無勇이다.

02‧24 子曰: “非其鬼而祭之, 諂也.
見義不爲, 無勇也.”
(자왈 비기귀이제지, 첨야. 견의불위, 무용야)
~ "귀신도 아닌데 제사드리는 것은 아첨하는 것이요, 의로움을 보고도 하지 않으면 용기가 없는 것이다."
The Master said, "For a man to sacrifice to a spirit which does not belong to him is flattery. To see what is right and not to do, it is want of cour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