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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골프 나름인문학

늘 보기? 상춘곡과 콰이강의 다리

by 문촌수기 2023. 5. 8.


골프 참 어렵다.
"또 보기야? 대체 이게 몇 번째야?
귀신같이 따라붙네."
드라이버 비거리는 짧고, 우드는 사고치기가 일쑤여서 짧은 아이언으로 따라가다보니 늘 보기고, 때론 더블보기다. 어떨 때는 "콰트로플보기", 따라 읽기도 힘든 말을 듣는다.
늘 보기를 하다보니
갑장 친구는 "보기만 하면 변태라는데?"라며 놀린다.
하하하, 그래도 내 입에서 저절로 '늘봄'이 맴돈다. '늘보기, 늘봄, 나날이 봄, 常春, 賞春, 賞春曲...'하여 상춘곡을 다시 노래한다.
이러니 골프를 잘 칠 수 없지.
그래! 노래하며 즐기며 천천히 따라가자. 동반자들에게는 늦어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동생은 '시야! 보기 플레이만 해도 골프, 잘 치는거야'라며 위로했지만, 나는 스크린 골프에서 '늘 보기'란 말이다. 상춘곡을 다시 읽으며, 봄을 보낸다.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더한고,
녯 사람 風流(풍류)랄
마찰가 맛 미찰가.
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한 이 하건마난,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락)을 마랄 것가.
數間茅屋(수간 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앏픠 두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월 주인) 되여셔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桃花杏花(도화행화)난
夕陽裏(석양리)예 퓌여 잇고,
錄樣芳草(녹양 방초)난
細雨中(세우 중)에 프르도다.

(풀이)
세상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내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풍류에
미칠까, 못 미칠까?
세상의 남자 중에
나만한 사람 많을까마는
자연에 묻혀있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를까
초가 삼간 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
소나무 대나무 울창한 숲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엊그제 겨울 지나
새 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드나무와 향기로운 풀은
가는 봄비 속에 푸르도다.

더하기 > 보기(Bogey)의 유래
주말 골퍼들이 골프를 어느 정도 치면 겸손의 표현으로 ‘보기 플레이 수준입니다’라고 흔히 말한다.
모두가 아는 상식이지만 파4홀에서 4타 만에 홀아웃을 하면 ‘파(Par)를 잡았다고’얘기 한다. 그러나 파4홀에서 파보다 1타가 많은 타수, 즉 5타 만에 홀 아웃 한 것을 ‘보기(bogey)’라고 말한다.
결국 ‘보기플레이어’라 하면 평균 90타를 치는 골퍼라는 의미이다. 골퍼들은 자칭, 타칭 보기플레이어가 가장 많다. 주말 골퍼들의 80%이상은 “보기플레이를 한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골퍼의 90%는 90타에서 100타를 오락가락 한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골프에서 사용하는 보기(Bogey)라는 용어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원래 보기는 도깨비 혹은 유령과 같이 무서운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맨(bogey man)은 어린이를 겁주기 위해 사용되던 말로 못된 아이를 잡아간다는 귀신이나 괴물을 뜻하였다.
골프규칙 역사에서 19세기까지 ‘보기 스코어’는 ‘그라운드 스코어’라는 용어로 사용되었고, 이는 탁월한 플레이어가 낼 수 있는 스코어를 의미하였다.
이후 ‘보기’라는 아이디어는 ‘보기 대령(大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1891년 5월13일 영국해군의 토마스 브라운 박사와 육군의 찰스웰먼 소령은 영국 남동부 해안의 그레이트 야마우스 링크스(Great Yarmouth Links)에서 그들이 그 코스의 그라운드 스코어보다 더 잘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한편, 당시 런던의 음악 공연장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노래는 ‘보기맨’으로 ‘조심하지 않으면 그 무서운 괴물이 너를 잡아 간다’는 내용을 다룬 것이었다.
그런데 이 때 웰먼 소령은 대개 그라운드 스코어(보기)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제기랄! 그라운드 스코어는 꼭 보기맨 같구만. 항상 나를 잡아 가는 걸 보니”라고 소리 질렀다.
그 뒤 브라운 박사는 이 표현을 매우 좋아해서 그의 클럽에서는 그라운드 스코어를 ‘보기’라고 부르게 하였다.
이후 그들은 상상속의 친구인 ‘보기맨’을 널리 소개하고 보기맨에 대항하여 플레이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티업 할 때 한 친구인 바이덜 대위가 외쳤다.
“우리는 군복무 시와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 클럽의 모든 회원은 각자에게 해당하는 군 계급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보기맨이 비록 그 모습은 없지만 우리의 새 회원임과 동시에 결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만큼 그는 확실한 지휘관이다. 따라서 그의 계급은 대령이어야 한다.”
그렇게 그들은 끝까지 농담하기를 즐기면서
“보기 대령님, 우리가 이렇게 링크스에서 당신을 만나게 되니 대단히 반갑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뵙자는 말을 할 수가 없군요.”라며 상상속의 인물에게 엄숙히 절하였다고 한다.
ㅡ런던의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서 발췌한 내용)

이렇게 해서 골프에서 ‘보기’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고 이러한 연고로 미국에서도 1900년대 초까지 ‘보기 대령’은 매우 인기 있는 소재가 되었다.
한편 이런 인기 덕에 보기 경기를 위한 규칙이 제정되기도 하였는데, 1902년 USGA는 스트로크 플레이를 위한 특별규칙에 ‘보기’를 경기에 적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을 승인하였다.
보기 대령은 1914년 앨포드(K.Alford)가 ‘보기대령 행진곡’을 작곡 할 정도로 인기 있는 가상인물이 되었고, 엘포드는 에딘버러의 밴드 마스터로서 기운차게 울리는 멜로디가 2차 대전 후 영화 ‘콰이 강의 다리’에 배경음악으로 나오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콰이강의 다리의 주제 음악이 바로 ‘보기대령 행진곡’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골프를 칠 수 없는 비오는 날이나 너무 뜨거운 날에는 골프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즐기는 것도 진정한 골퍼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  이상, 스크랩

보기대령 행진곡,
-  콰이강의 다리 OST
https://youtu.be/tudWvDt9YNc


앨퍼드, 보기대령 행진곡
https://youtu.be/WljLJfsYv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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