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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골프 나름인문학

일기일회

by 문촌수기 2023. 6. 29.

아직 턱도 없다. 드라이버를 잘 치기나 하나? 아이언을 잘 치기나 하나? 어프로치라도? 퍼팅은? 
어느 하나도 자신있는 게 없다, 
드라이버를 휘둘러 우연히 200미터를 날려도 일타요, 퍼터로 3미터를 쳐도 1타다. 
매 순간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공을 건드리기만 해도 일타다. 그러니 크든 작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 순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만나는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뿐더러,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다. '만년에 단 한번, 천년에 단 한차례(萬歲一期 千載一會)'다.  이 순간은 생애 단 한번의 만남이요, 전 우주 생애의 절대유일(絶對唯一)하다. 흔히 골프가 인생과 같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 번 지나 간 것은 절대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니 물릴 수도 없다. 그런데 골프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직 초보, 그냥 아마라서 그런가? 내 주변의 골프에는 멀리건이라는 게 있다. 그것 참 재미있다. 그냥 연습삼아 한 번 더 쳐보라고 해서 한 번 더 치지만, 원칙이 아니고 매너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쪽 팔린다. 뭐, 그렇다고 내가 멀리건을 사양할 만큼 독야청청하지도 않고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함부로 팔지않는 매화'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나도 언제 쯤 멀리건을 사양할 수 있을까? 

법정스님의 <일기일회>라는 수필집에서 읽은 글이 감동적이어서 일기일회를 휘호하고 삶의 좌우명으로 삼는다. 

"한 개인의 삶이 그 순간 순간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 순간들이 쌓여서 한 생애를 이룹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을 헛되이 보내면 삶 전체가 소홀해집니다."  - 법정스님의 <일기일회> 중

그렇다. "One Life, One Chance"

일기일회
동천년노 항장곡, 매일생한 불매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