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하는 사람들

아버지 - (7)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 사십구재

by 문촌수기 2013. 1. 2.

아버지 - (7)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 사십구재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지옥행이냐 열반행이냐 환생(還生)하느냐 심판받기 전에 `중음(中陰)'이라는 곳에 머물며 일곱번의 심판단계를 거친답니다. 7일마다 초칠심(初七審)에서 칠칠심(七七審)까지 49일간의 심판을 받는다는데 이 중음(中陰)의 심판관들은 살아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어느 만큼 슬퍼하고 공양(供養)을 하며 정성껏 재를 드리느냐에 따라 인정을 베푼답니다.

불꽃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신 아버지 당신을 위해 저희들은 49일재를 올립니다.
어느 누가 허물없는 당신을 심판하겠습니까마는 지성을 다하여 재(齋)를 드리면 행여나 저희 있는 곳으로 환생하지 않으실까, 생사윤회없는 열반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으실까 열망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당신께서는 유림의 전통사례를 중시여기며 일평생을 사셨는데 저희들은 당신을 위해 불교의 상례법에 따라 49일재를 드립니다. 당신 계실 적에 다 못한 효도를 돌아가신 후에나마 다하려고 유교의 예법도 따르며, 불교의 예법도 따르며, 하물며 기독교의 하느님도 불러봅니다.

49재를 올리면서 스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상주분들을 뵈오니 참 아버님을 많이 닮으셨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마치 여러분들 속에 살아 계신 듯 빼어 닮았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닮았다'는 것은 곧 내 속에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는 것이구나.
당신이 내 안에 계시어 내 얼굴을 통하여 당신을 비추시는가 보구나.
하느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우리를 만드셨다고 기독교 성경에서 말씀하신 까닭도 그러하겠구나.
우리가 '하느님을 닮았다'는 것은 '하느님이 내 안에 계신다'는 뜻이기도 하겠구나.

스님을 계속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 상주분들 얼굴을 보니 참으로 아버님을 많이 닮으셨습니다.
아버지 색신은 비록 가셨지만 아버지의 법신은 여러분 속에 영원히 살아 계시니(色身雖滅 法身常住■색신수멸, 법신상주) 자아. 오늘부터 너무 슬픈 '얼굴' 짓지 마시오.
우리말의 '얼굴'이 왜 '얼굴'이라 불리는지 아십니까?
사람의 영혼을 뜻하는 '얼'이 드나드는 '굴'이 모두 이 얼굴에 모여있는 까닭입니다.
눈, 코, 입, 귀 등 이 구멍인 '굴'을 통하여 우리의 '얼'이 색신의 세계로 드나듭니다.
여러분 마음속에 법신으로 살아계신 아버지를 편안케 해드리기 위해 밝은 얼굴로 생활하십시오.
그래야만 여러분 마음도 선친의 마음도 밝아집니다."

아하, 그렇구나.
아버지는 내 마음에 계시고 내 얼굴에 계시는구나. 아버지의 '얼'이 깃든 그 모양새, 그 '꼴'이 내 얼굴이구나. '얼이 깃든 모양새' 그것이 얼굴이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내 언제 이렇게 복된 말씀을 또 들었단 말입니까?
당신의 얼이 내 얼굴에 깃들어 있고, 내 마음 안에 영원히 살아 계신다니...당신을 떠나보낸 황망한 내 가슴에 봄꽃의 향내가 스미어 듭니다.
나는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내 얼굴에 당신의 얼이 깃들어 있고 내 안에 당신이 영원히 사시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모두 찬양드리옵니다.

2001. 4. 1 一如 황보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