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잘 차려 먹었다.
어제 위ㆍ대장 내시경 받느라 그동안 죽 만먹고 굶으며 고생했다고, 오늘 아침은 사과와 쇠고기샐러드와 그릭요거트와 벤나쥬스와 빵과 커피 등 푸짐히 차려서 '화려하게' 먹었다. 물론, 아내랑 같이 차렸지. 그리고 설거지. 이것은 물론 내 담당이다.
설거지 다 끝날 무렵, 아내도 청소기를 다 돌리고 신문은 펼치며 하는 말이,
"아이쿠, 오늘은 늦었네. 벌써 여덟 시 사십 분이네."
내가 응대하길,
"백수가 뭐 바뻐, 늦으면 늦은대로 살면 되지?"
"그럴수록 계획대로 살아야 건강하지."
"과연 그럴까? 그동안 시계에 쫓기며 계획된 스케줄에 허둥지둥 살아온 게 과연 건강했을까?"
괜히 말꼬리 잡았다가 아무것도 아닌 걸로 다툼이 생길까봐서.
여기서 그만!
역시 나의 명언, 나의 좌우명. ㅎㅎ
"知止者賢(지지자현)"
'멈출 줄 아는 것이 현명하다.'
설거지를 끝내고, 식탁을 닦으며 내 혼자 속으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시계도 없고, 시간이 없다면?"
"내일은 없다"고 스스로 단언했지.
내일은 내일이 되어도 내게 오지 않으니 잡을 수도, 만날 수도, 볼 수도 없지. 그러니,
"지금도 없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이 순간에 과거가 되어버렸으니, 없는 게 당연하다.
문제의 본질, '만약, 시간이 없다면?'
그래, 고도의 기술사회에 적용되는 시스템이 크게 고장나겠지.
그래도 시간은 전적으로 개인적이지 않겠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목요일 9시 22분이지만, 미국 플로리다 딸네로 놀러간 친구는 수요일 PM 7시 23분이다. 대륙의 동서가 서로 다르듯, 상하 위아래에서도 시간의 개념은 다르겠지. 허허 그렇다면, 노소의 시간은 당연히 다르지. 그러니 시간은 나이에 비례해서 흐른다고 했지. 그것도 꼭 그렇지도 않고...허허.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시계가 없다"고 했다. 이는 시간을 재는 도구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 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간의 '절대적인 흐름'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사건과 사건이 연결되어 만들어내는 '변화' 그 자체를 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 시간의 노예가 되어 서로에게 상처내지 말고, 우리의 관계를 좀 더 느리게 부드럽게 따뜻하게 행복한 사건으로 채워 나가는 오늘을 만들어 가자.
나의 안단태, 행복한 사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