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해부실험실에서-2

삶과 죽음 이야기 2013. 1. 3. 09:01 Posted by 문촌수기

(8)시체해부실험실에서-2

[시체해부실험실에서 1- 계속]......................

순간 가슴이 떨려오고 소름이 끼치기도 했습니다. '이 놈들이 분명 날 놀리려고 혼자두고 나갔구먼......' 그러나 이까짓 것 갖고 무서워한다면 조롱감이 될 것같아 알콜병 속의 인간(?)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출입문 쪽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출입문까지 가기에는 너무나 깊이 해부실험실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다리가 떨려왔습니다.
죽어 썩어가는 냄새와 썩어가는 것을 애써 막으려는 알콜냄새에 내 온몸은 젖어 무거웠으며, 어두운 적막함은 나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그렇게 1-2분쯤 애써 태연한 채 출입문쪽으로 발을 옮기는 데 몇걸음 앞에서 갑자기 해부용 시신을 덮고 비닐이 덜썩거립니다. 순간, 심장은 얼어붙고 눈알이 튀어 나올 것 같아 꼼짝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바로 앞 해부 책상 밑에서 누군가 내 다리를 붙잡았습니다. '으앗!'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리에 날 놀리던 친구들 조차도 놀라 출입문 쪽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장난 소리에 해부실험실에 잠던 모든 미라들이 깨어나서 따라 오는 듯 했습니다. 밖으로 튀쳐나와 깔깔대며 웃는 청춘은 아름답지만 그렇게 장난을 쳐도 되는 건지 참으로 그분들께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우리는 정신을 추스리고 해부실험동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아니 그 큰 해부 실험실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이리와'라며 불러 야단칠 것만 같아 겁이 나서지요. 열려진 문 만 조심스럽기 닫아드리고 바로 옆의 문을 살며시 열었습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교실 반쪽의 좁은 방이었습니다. 좁다는 것이 어느정도 안도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 역시 썩어가는 냄새에 배어있습니다. 아까 같은 큰 책상 위에는 관이 놓여 있고, 나무로 된 교실 바닥에는 관 뚜껑이 떨어져 있습니다. 관 뚜껑을 밟지 않으려 발로 밀치고선 관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이렇게 좁은 관 속에 어떻게 이렇게 풍성한 여인을 집어 넣었을까? 여인은 옷을 입지도 않은 채 누워있습니다. 이렇게 발가벗은 여인의 모습은 난생 처음 봅니다. 여인의 몸은 마치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고, 살색은 핏빛이 바래어 희기만 합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난 한쪽 손가락을 세워 여인의 가슴 위에 갖다 대었습니다. 손가락 끝으로 저며오는 촉감은 마치 너무 차가워 달라붙어버리는 드라이아이스와 같았습니다. 순간 손가락을 떼어 비볐습니다. 이 친구 저 친구 모두 그 감촉을 느끼고자 손가락을 갖다 댑니다. 아뿔사! 이 일을 어찌합니까? 그만 여인의 가슴에 눌려진 손가락 자국은 굳지 않은 진흙이 그렇게 되듯이 뭉개져 버렸습니다.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 가기까지.....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 가리라.' (창세기 3:19)

이 여인이 이 세상에 왔을 때는 얼마나 축복을 받고 사랑을 받았을까?
그런데 지금 왜 이곳에 홀로 있을까?
이 여인은 누구를 사랑하였으며 무슨 사연을 갖고 죽었길래 이곳에 왔을까?
찾아오는 가족은 없을까?

어두운 저녁, 버스에 내려 집으로 걸어 올라오는 길에는 차가운 가을비가 내립니다.
내 코속에는 아직 죽어가는 냄새가 배어있고, 내 목구멍으로는 알콜냄새가 들락거립니다. 내 눈앞에는 그 여인의 뭉개진 젖가슴이 어른거리고, 손가락 끝은 얼어붙은듯 시럽습니다.

머리 속은 뒤죽박죽
그 날 저녁밥은 먹지 못했으며 그 날 밤은 깊은 상념으로 세었습니다.
그렇게 몇 날 밤을 세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일까? 삶은 무엇일까? 그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 분들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죽는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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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이런 늦가을의 비내리는 날이면 그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다시 한 번 그 분들의 영혼의 안식을 기원드립니다. .....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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